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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99653047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6-06-01
책 소개
익숙한 일상을 뒤흔드는 3인 3색 호러 서스펜스!
탄탄한 필력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작가가 오감을 자극하는 호러 소설로 찾아왔다. 세 편의 작품은 ‘도시’를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태양을 숭배하는 ‘그들’에게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반半’ 흡혈귀 주인공의 위태로운 도주기를 그린 「태양 공포」, 성폭력 피해자가 도리어 피의자로 내몰리는 현실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포착한 「탈출기」,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입양아의 깊은 어둠을 기묘한 상징으로 정교하게 톺아 낸 「피터와 모」.
평온해야 할 일상이 잔혹하게 뒤틀리는 순간을 섬뜩하게 잡아 낸 『태양 공포』는 호러와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는 인물들의 절실한 생존기다.
이종산 「태양 공포」
태양의 경계 지점에 선 주변인의 위태로운 생존기
인간 엄마와 흡혈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낮의 세상에 반쯤 발을 걸치고 살아가던 주현. 태양을 숭배하는 ‘그들’에게 부모가 무참히 살해당하며 주현의 일상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난다. 그들의 추격을 피해 거액의 현금이 든 가방을 챙겨 백화점으로 간 주현은 난생처음 화려한 매장들을 둘러보며 쇼핑을 한다.
잠시 뒤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주현을 오래된 건물로 이끌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싣고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마주한다. 목돈을 챙긴 뒤 사람을 한 명씩 고르라는 노인의 말에 주현은 본능적으로 그날의 의식을 치르게 되는데…….
「태양 공포」는 감각을 자극하는 서늘한 묘사를 통해 인간과 흡혈귀, 낮과 밤, 두 세계의 경계에서 주현이 겪는 위태로운 정체성의 혼란을 생생하게 체감하게 만든다. 한순간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근원적인 불안과 공포, 그 취약한 존재 위로 서서히 깨어나는 흡혈귀로서의 본능적인 공격성을 날카롭게 그려 냈다.
정보라 「탈출기」
부조리한 사회의 덫에 걸린 어느 피해자의 비망록
성폭력과 강제 마약 투약의 덫에 걸린 전직 무술 선수. 그녀는 금단 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무언가를 구하려 주소판도 붙어 있지 않은 허름한 건물로 향한다. 그곳에서 물건을 찾다 정신을 잃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차가운 경찰서 조사실. 그녀를 괴롭힌 가해자가 건물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둔갑한 것이다.
가해자가 남긴 불법 촬영 동영상이 도리어 ‘합의의 증거’로 제출되고, 경찰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노골적으로 경시한다.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진술을 이어 가지만, 환각과 섬망이 혼재되면서 진실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지는데…….
「탈출기」는 피해자가 오히려 피의자가 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사법 시스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잔혹한 부조리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무력하기만 한 여성의 사각지대를 매섭게 조명해 낸다. 특히 현실과 환각을 오가는 서술로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허진희 「피터와 모」
지독한 소외와 어둠이 빚어 낸 관계의 파멸극
입양아 출신의 극작가 남지우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의 죽음을 ‘구경’하기 위해 스스로 도망쳐 나왔던 본가로 돌아간다. 엄마가 삶의 빛을 잃어 가는 과정을 곁눈질하며 마음속 어둠을 담은 희곡을 완성해 나간다.
어린 시절, 자식이 없어서 자신을 입양한 부모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태도가 돌변해 버리고, 유일한 도피처라곤 베트남 전쟁의 트라우마로 섬망 증세에 시달리며 가족으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외할아버지뿐이다. 외할아버지는 ‘피터’와 ‘모’라는 어둠을 어깨에 짊어진 채 점점 잠식당해 가고, 지우는 매일같이 그 방을 드나들며 어둠의 실체를 들추기 시작하는데…….
「피터와 모」는 해묵은 소외감과 차별 속에서 버텨 온 주인공이 내면에 켜켜이 쌓아 온 어둠을 털어내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담았다. 집 안 곳곳에 잔존하는 과거의 상처를 낱낱이 끌어내며 ‘희곡’을 완성해 가는 여정을 쫓아가다 보면 어둠의 서사가 던지는 짙은 마력에 절로 빠져들게 된다.
목차
태양 공포
탈출기
피터와 모
리뷰
책속에서
「태양 공포」
주현은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에서 바로 보이는 부엌에 피 웅덩이가 있었다. 엄마의 피였다. 그들은 피를 닦지도 않았다. 엄마의 몸은 가져갔다. 그게 그들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자루에 시체를 담아서 가져간다. 누리끼리하고 두꺼운 자루에. 엄마는 아빠가 그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했지만 아빠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
문밖으로 흘러 나가는 연기 너머로 관이 보였다. 관은 열려 있었다. 주현은 그들이 관을 가져가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관이라도 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분노해야 할까? 관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뭔가가 있긴 했다.
관 안에 있는 것은 재였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재 부스러기. 다 타고 남은 아빠의 몸, 그 일부였다. 이 집으로 이사한 후로 쭉 창문에 붙어 있던 나무판자들이 떼어진 채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 얼핏 보면 누군가가 단정하게 정돈한 듯 보였다. 그들은 판자를 박살 내는 대신 조용히 떼어 내 세워 두었다.
주현은 그 여자가 두려웠다. 주현은 일부러 물을 틀고 손을 씻는 척했다. 센서 감지로 켜지는 물은 몇 초 만에 끊겼다. 주현은 다시 센서에 손을 가져다 댔다. 물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여자는 여전히 서 있었다. 눈은 멍해 보였지만 무언가를 하려고 기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주현은 긴장감에 몸이 뻣뻣해졌다. 주현의 머릿속에서 그 여자가 갑자기 다가와 자신을 덮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여자가 입을 커다랗게 벌려 주현의 목덜미를 문다. 주현은 비명을 지르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여자의 송곳니가 주현의 목 깊숙이 파고든다. 여자가 주현의 피를 빤다. 주현의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질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