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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37479892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1 자, 모두 주목하세요 9
2 테스토스테론 자폐증 32
3 영원한 빛 55
4 999번째 죽음 70
5 빗속의 빛 92
6 작고 평범한 것들 119
7 푸들에게 한 연설 140
8 사자자리의 천왕성 162
9 가장 작은 것 속에 가장 큰 것이 있다 193
10 머리대장 209
11 박쥐의 노래 226
12 추파카브라 251
13 한밤의 궁수 268
14 추락 292
15 위베르 성인 312
16 사진 345
17 처녀자리 362
작가의 말 374
옮긴이의 말 375
리뷰
책속에서
이 모든 것이 끔찍스러운 슬픔으로 사무쳐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고원이 빚어내는 흑백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슬픔이 세상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단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슬픔은 모든 것의 본질 가운데에 있으며, 다섯 번째 원소이자 정수였다.
나는 고통이 빚어낸 유령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할 때마다 나는 목에서 사타구니까지 번쩍이는 지퍼를 채우고 있다가, 그것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내리는 상 상을 해 본다. 그러고는 팔에서 팔을 빼고, 다리에서 다리를 빼내고, 머리에서 머리를 떼어 낸다. 내 몸에서 몸을 빼내자, 그 거죽이 마치 낡은 옷처럼 내게서 흘러내린다. 그 안에 담겨 있던 나는 훨씬 더 연약하고 섬세하며 거의 투명하다. 나는 해파리처럼 희뿌연 우윳빛의 형광색 몸을 갖고 있다.
블레이크가 살아서 이 모든 것을 봤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우주’에는 아직 ‘타락’하지 않은 곳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그곳에서 세상은 망가지지 않았고, 에덴동산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거기에서 인류는 어리석고 엄격하기만 한 이성의 법칙이 아니라 마음과 직관의 지배를 받는다. 사람들은 헛소리나 지껄이며, 자기가 이미 아는 것을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놀라운 것들을 창조한다. 국가는 더이상 개인의 일상을 억압하는 족쇄를 채우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의 희망과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개인은 기계처럼 돌아가는 시스템의 톱니바퀴나 특정한 역할 수행자에 머물지 않고, 자유로운 존재로 탈바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