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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3530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1-03-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나쁜 소설이 오다_강유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녜스는 베개를 끌어안고 몸을 돌렸다. 민우는 손톱으로 아녜스의 등을 꾹꾹 눌렀다. 아녜스는 말이 없었다. 민우는 자꾸만 아녜스를 쓰다듬었다. 몸이 고민을 잊게 만들었다. 임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병원에 가면 해결될 일이었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아녜스는 경험했을지도 몰랐다. “선생님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처음 잤던 날 아녜스가 그렇게 말했다. 마치 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두 안다는 듯, 섹스에 자신 있다는 태도였다. 그 노련함이 기분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 애에게 첫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고마웠다. 쉽게 떠나려면 특별하지 않아야 했다.
“장애인이라고 꼭 한번 준 정을 죽을 때까지 유지해야 되는 건 아니잖나. 장애인이기 때문에 의무가 더 크다고 강요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차별 아닌가? 사랑의 본령이 뭔지 고민되는 거 있지. (……) 레지나가 장애인이니까 내가 마음을 잘 쓰기로 했는데, 그 애 장애를 내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나니까 마음이 달라지던걸? 내가 이 애랑 살 수 있을까 하는…….(……)”
민우는 고개를 돌렸다. 레지나가 샤워를 할 때 세키가 어떻게 할 것인지……. 몇 차례 그런 상상을 했다. 레지나와 한 집에서 살려면 세키와는 별거해야 할 것 같았다. 세키와 레지나의 대화는 몸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레지나의 말을 세키가 일방적으로 들을 수만은 없을 것이었다. 말을 건네고 싶어지면 세키는 점자를 배웠으니 그걸 이용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점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글자였다. 즉흥적인 말을 전하려면 세키는 레지나 몸에 손을 대야 하는 사람이었다. 레지나는 안내를 받아야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