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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241665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3-12-2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004
무엇을 쓸 것인가 008
점점 가까워지는 국화 024
여자소년 남자소년 048
비켜가는 거대한 재앙 하나 082
우정을 과장할 때 떠오르는 치기를 무릅쓰고 정연에게 편지를 쓰다 116
해설_구미 중심의 소설을 넘어서는, 고전시가의 가사와 현대소설의 창조적 회통/ 고명철 163
저자소개
책속에서
원룸의 벽에는
표백제로 치료한
이빨처럼 새하얗게
콘센트가 붙어 있고
콘센트에 붙어 있는
두 구멍에는
플러그가 꽂혔는데
플러그에 달려 있는
두 가닥의 전선줄은
두 줄기 코피처럼
갈라져서 분리되고
이어져서 전기가 흐른다
자세히 보았더니
전선에는 피복이 벗겨져서
음전하와 양전하가
빛 속도로 움직일 때
치과원장 부탁받고
장례식장
다녀온 정혜진은
전선을 응시하며
치과원장 생각한다
정혜진 간호사는
첫 대화를 기억한다
구직면접 들어가서
예의 갖춰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을 때
고용주 원장께서
업무 능력 관련 질문
그리고
사회경험 이력을 묻더니만
기습적으로
툭
이렇게 물었다
잠 안 올 땐 뭐 하세요?
정혜진은 이런 질문
굉장히 불쾌하고
의도가 괘씸해서
대화를 녹음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는 국화 기다렸다
5박 6일 잠복하듯
밤을 기다렸다
국화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들고
교정을 거닐 때에
조용히 불러봤다
국화야!
국화가 반응했다
왜?
나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국화에게 다가갔다
나, 나, 나, 나
손을 들어
악수하자 말을 하며
앞으로 내밀었다
갑자기
흥이 났다
밤이 깊어
공기 좋고
국화가 말을 했다
불안해서 못 살겠어
무엇이?
내 인생이
네 인생 무엇이?
남자소년은 말을 잃고 가방을 여는데
전화기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여자소년 생각하며 한숨을 쉬는데
여자소년의 눈에 남자소년이 가방 속에서
손을 이리저리 놀리는 모습이 들어와서
깜짝 놀라 살펴보니
남자소년이 가방 속에서
잽싸게 손을 꺼낸다
가방 속에서 나온 남자소년의 손에
가위가 걸려 있다
손목이 들어갈 정도로 크고 둥근 손잡이
칼날은 짧고 날카로운
툭 툭
나뭇가지를 자르는
원예용 가위라서
여자소년 뒤로 한 걸음 물러서다가
다시 전진한 다음
손가락을 세우고 남자소년의 이마를
툭 밀자
남자소년이 잠시
휘청거리다가 몸을 바로잡는다
남자소년 가위를 들어 올리고
여자소년이 말한다
찌를래?
남자소년이 말한다
내가 널?
여자소년이 말한다
그래
남자소년이 가위 쥔 손에서 힘을 푼다
남자소년이 말한다
재수 없게 왜 따라와서 이래?
돈을 주웠으면 돌려줘야지
무슨 돈
화장실에서 주웠다며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