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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229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4-08-27
책 소개
목차
제1부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폐선들|추석|나는 나를 떠먹는다|미역국을 끓이다|파경|여생|목련 피는 저녁|숫겨울|먼지의 힘|火口 앞에서|가을 계곡|얼굴|깜깜한 황홀|약속|내 일상의 종교|돌멩이와 구두|포장마차|배드민턴과 사랑
제2부 혁명|유빙들|밤섬|한강 블루스|나는 그 노인들이 싫어졌다|통나무들|칼|메이드 인 파키스탄|소 뼈다귀|물 끓어 넘치게 하는 자|다시 한강에서|언 땅을 파다|몽블랑|계백의 후예들|벽창호
제3부 까치집|가난한 평등|참외들|지병처럼 찾아오는 것들|두부에 대하여|냉장고에 대하여|주름 공장|검은 운명|장 속의 새|잿빛 토끼 한 마리|은행알들|봄밤, 아스팔트가 운다|스프링|계단에 대하여|폐닭
제4부 시골길|호박꽃|공원|팔월|갈대들|몽롱한 것은 장엄하다|달밤|달을 안주로 술을 마시다|봄의 직공들|빙어|어둠이 그립다|옥수수|울음의 진화|유월|첫눈|저수지
발문 권성우|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편집자가 꼽은 이재무의 시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어항 속 물을
물로 씻어내듯이
슬픔을 슬픔으로
문질러 닦는다
슬픔은 생활의 아버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고개 조아려
지혜를 경청한다
폐선들
신발장 속 다 해진 신발들 나란히 누워 있다
여름날 아침 제비가 처마 떠나 들판 쏘다니며
벌레 물어다 새끼들 주린 입에 물려주듯이
저 신발들 번갈아, 누추한 가장 신고
세상 바다에 나가
위태롭게 출렁, 출렁대면서
비린 양식 싣고 와 어린 자식들 허기진 배 채워주었다
밑창 닳고 축 나간,
옆구리 움푹 파인 줄 선명한,
두 귀 닫고 깜깜 적막에 든,
들여다볼 적마다 뭉클해지는 저것들
살붙이인 양 여태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파경
폭우가 길 위에 걸어놓은
명경 속으로
갓 태어난 새털구름 세 마리
들어와 한참을 첨벙대다 떠난 뒤
자잘한 풀꽃들 하나, 둘, 다섯
열 스물 몸단장에 지칠 줄 모르고
언덕 위 키 큰 느티나무
더벅머리 흔들어 물방울 털며
길게 휘파람 불어대더니
다음 날 다시 가보았을 때
명경 놓인 자리 흔적 없고
문수 다른 발자국들 똬리 튼
뱀들처럼 서로를 물고 할퀴고 있네
돌멩이와 구두
석 달 전 길을 걷다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귀 기울여보니 영락없이 구두 밑창에서 나는 소리라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았다 언제 뚫렸는지 엄지손톱만 한 구멍이 보이고 그 속에 작은 돌멩이가 들어앉아 있는 게 아닌가 어디서 굴러든 것일까 나는 돌멩이를 꺼내 길에 놓아주었다 그 후로도 여럿 돌멩이들은 예의 구멍에 들어와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다가 이내 꺼내지고는 하였다 과연 이들의 동숙은 서로가 서로를 원해 이루어진 것일까 하나의 간절한 염원이 이룬 것일까 아무려나 내 알 바 아니지만 우리네 설운 삶을 다녀가는 무수한 인연들이 혹여 저 돌멩이들과 구두가 맺은 지극히 사소한 우연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오늘도 내 생은 하루만큼 저물어간다
까치집
까치집은 볼 때마다 빈집
저 까치 부부는 맞벌이인가 보다
해 뜨기 전 일 나가
별 총총한 밤 돌아오는가 보다
까치 아이들은 어디서 사나
시골집 홀로 된 할머니에 얹혀사나
허공에 걸린 빈집
심심한 바람이나 툭툭, 발길질하고
달빛이나 도둑처럼 들렀다 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