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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441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쌀을 쏟고는 11
돌배 씨 12
나는 어두워진다 14
슬픔들 16
랜드로바 구두 17
손그늘 18
새벽 세 시 20
상담 22
외벽에 걸린 것들 23
당시선(唐詩選) 한 권 24
어느 저녁 26
우리도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27
영서지방 28
마흔다섯 30
빨래를 갠다 31
아내의 이사 32
순두부 34
숫돌 35
도토리묵 36
목낫 38
자귀와 피나무 함지 40
아버지 생각 42
제2부
겨울 45
겨울 숲에 들다 46
겨울 오후 48
하찮은 것들이 장엄해 보이는 50
11월 52
가을비 54
10월 56
놀러 와, 잎이 지는 날 58
저녁의 깊이 60
저 숲 61
고요와 살림을 차리겠네 62
여름 저녁 64
벚나무 길 66
꽤나무 68
박꽃이 피고 박이 매달리듯 70
봄 72
입춘 74
겨울, 꽃 76
늦가을 77
자작나무 수액을 마시다 78
제3부
산거(山居) 1 83
산거(山居) 2 84
산거(山居) 3 86
산거(山居) 4 87
산거(山居) 5 88
산거(山居) 6 89
산거(山居) 7 91
산거(山居) 8 92
산거(山居) 9 94
귀 96
늦봄 97
무릎 98
간편한 죽음들 99
불편한 유산 100
득안(得眼) 102
교산 옛집을 지나며 104
북천(北川) 생각 106
통영 여자 108
통영에서 110
너무 멀리 왔다 111
해설 고봉준 113
시인의 말 128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앉아
나는 왜 외롭나 생각한다
냉수를 한 모금 마시고
아이 방을 차례로 들여다보고
희미한 달빛에 잠든 얼굴도 들여다보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온다
아침이 먼 숲을 건너다보면서
아버지는 왜 잠을 설치는지 생각한다
아버지는 왜 혼자 소주를 마시는지 생각한다
오래전 연정이 얼룩으로 남은 시인의
첫 시집을 읽으면서
‘사랑이 저만치 가네’란 노래를 속으로 부른다
입 밖으로 나오면 큰일날 것 같아
노래를 꿀꺽 삼킨다
시집 한 권을 다 읽어도
창밖엔 별이 총총하다
―「새벽 세 시」 전문
큰아이가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하던 나를 슬쩍 보면서, 앞대로 나
가 대학을 가겠다는 나를 보면서, 새벽까지 남은 취기처럼
끈적끈적한 생활을 생각하면서
아버지는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내가 아비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의 그
빼꼼히 열린 문틈 사이로 들여다보았을 어둠 속 아버지
의 눈동자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 생각」 전문
면사무소 농지원부를 버리고
주민자치센터에 전입신고를 했다
내가 버린 오지가
저 히말라야 같은 산맥 너머에 있다
잠깐 가까운 곳으로 옮겨 살자고 했는데
너무 멀리 왔다
바람은 심하고 날은 궂고
아내는 자꾸 앓는다
―「너무 멀리 왔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