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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465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6-08-22
책 소개
목차
제1부
서어나무(西木) 11
곡우(穀雨) 12
입추 14
분갈이 15
벽촌 서신 16
단풍나무 아래 18
수작(酬酌) 19
양떼구름 20
해당화 21
광교에서 22
단속(斷續) 24
춘설유정(春雪有情) 1940 26
파랑주의보 28
할인점 29
택배 30
아라홍련 32
허기 34
부왕사터에서 36
월림부락 대밭집 38
파랑주의보 2 40
제2부
3월 43
바람떡 44
냄새의 힘 46
약속도 없이 48
새벽비 50
느릅나무 양복점 51
억새 52
뇌졸중 54
백담사 55
약도 56
아내 58
지방대학 60
순서 62
혼자 남은 집 64
야근 66
기일(忌日) 68
줄지 않는 밥 70
정상의 비밀 72
제3부
뻐꾸기 금고 77
권태 78
예감 79
스타벅스에 간 윤동주 80
바람의 전신사진 82
능내역 84
온기 86
밥이라도 한 그릇 88
칼 맞은 사람들 90
수신 확인 92
휘청거리는 오후 94
남행(南行) 96
오래된 나무들 98
습관성 100
오향검법(五香劍法) 102
정맥 104
변신에 대한 프롤로그 106
발문 김태형 109
시인의 말 122
책속에서
반환점을 지난 지 한참입니다
쿵쿵거리던 박동의 힘으로
먼먼 자리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불면의 인대에서 진력하며 말초를 돌고 나니
뒤에서 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아보지 말라 가로막는 판막도 때론 힘이 됩니다
구부리는 자세에만 익숙해진 무릎을 지납니다
기억에는 근육이 없는데도 옥조이는 까닭은
넘어졌던 통증의 잔가시들이 무성한 때문이겠지요
박동과 박동 사이에서 심실을 돌며 씻고
심방에서 면벽이라도 하면
다시는 녹슬지 않을 심사로 길을 나설 겁니다
달게 자고 일어난 아침처럼 가겠습니다
―「정맥」 중에서
형은 나를 구하겠다고 물로 뛰어 들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한 번만 더 내려가라 매달렸어도
끝끝내 형을 찾지 못한 머구리들은 막걸리만 축내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형이 평소처럼 마당을 들어설 거라며
날마다 환하게 불을 밝혔다
형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다 잉어바위 근처
바닥 어딘가 수초와 엉겨있는지도 모른다
읍내 병원에 누운 어머니는 돌아서는 내 등에 부적처럼
불 끄지 말라는 당부를 붙이셨다
그 날 이후 처음 불을 끄고 누웠는데
형광등이 캄캄한 천장에 엎드려 파리한 얼굴로
툭, 툭, 우는 것이었다
움츠리는 모든 것들의 소리라는 듯
―「혼자 남은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