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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5536153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 이성혁 문학평론가
우리의 문래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부 _ 시
문래 ― 문정희
골목과 굴곡, 다음은 별자리 ― 송재학
오래된 골목 ― 고진하
야래향 ― 김응교
골목의 기억 ― 정진아
문래 ― 정우영
파란 대문이 있는 풍경 ― 허연
위험한 짐승 ― 김태형
2부 _ 산문
문래동에서 성수동을 보다 ― 임정진
나의 문장이 온 곳, 문래 ― 조해진
3부 _시
문래동 마찌꼬바, 이후 ― 황규관
괭이 없는 겨울 ― 방민호
문래동 ― 정정화
달빛이 내리는 마을 ― 김혜영
대장간 ― 이재훈
밤의 거리에서 혼자 ― 김이듬
물레는 원래 문래 ― 오은
4부 _ 산문
에로티시즘 @ 문래동 ― 김선주
철꽃 피는 동네, 문래동 ― 구선아
5부 _ 시
문래골목 ― 천수호
백화등 ― 김선향
부식 ― 이병일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8-84 ― 서윤후
문래동 장편 ― 전영관
장마 ― 최연
남겨진 꼬리 ― 황선재
6부 _ 산문
문래, 새로운 가능성으로의 여행 ― 유지연
우리는 문래동을 아직 다 알지 못한다 ― 김순미
7부 _ 소설
블루 레몬 프린트 ― 이인아
발문 | 전소영 문학평론가
기억으로 남겨진 미래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래(文來)는 원래 문 씨네 아들 이름
아버지 익자 점자 문익점(文益漸)께서
먼 곳에서 들여온 목화를 길러
실 뽑는 기계 물레를 만든 이가
문래라네
아시다시피 나는 문 씨 딸
또한 문학의 자손이지
외국 시인들은 나를 문(Moon)이라 부르지만
나는 미래를 향해 열린
문이 되어도 좋아
나는 이래저래 문래가 좋아
문래 골목
창조의 뮤즈들과
도발적인 예인들과
과거 현재 미래를 물레로 돌려
한 송이 꿈을 만들어도 좋아
문래 골목
새로운 물이
퐁퐁 솟아나는 발원지여도 좋아
이윽고 큰 강에 이르는 물길이어도 좋아
― 문정희,「문래」 전문
2014년 문예계간지 《문학동네》 봄호에 자전소설 「문래」를 발표한 뒤부터, 그 작품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내 고향이 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내 고향은 문래라고, 나의 문장[文]이 그곳에서 왔다[來]고……. 동洞의 이름에 지나지 않던 문래에 ‘문장이 오다’라는 근사한 뜻이 담겨 있다는 걸 처음 알았노라고 말해준 독자도 있었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래역을 지나칠 때면 내가 생각난다는 문자를 보내온 친구도 있었다. 나로서는 용기를 내어 쓴 작품이었다. 아니, 용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문래」를 쓰기 이전과 그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소설에도 썼듯, 문래를 떠나온 아홉 살 이후로 나는 아무에게도 문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온갖 존재론적 고민과 연애의 시행착오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털어놓을 수 있었어도 문래만큼은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당연히 문래의 풍경, 문래의 시간, 문래의 내 유년도 침묵 속에 묻혔다. 아니, 침묵 속을 떠다녔다, 닻이 없는 작은 배처럼. 돌이켜보면 놀랍도록 길고 단호한 함구였다. 그렇다고 문래가 엄청난 상처로 각인되어 (무)의식적으로 회피한 건 아니었다. 문래라는 단어조차 금기시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 날도 내 삶엔 없었다. 그 함구에 대한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그저 내 성향 탓일 것이다. 남들과 다른 점, 평범하지 않은 것, 누구라도 귀 기울이거나 눈여겨봄 직한 것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 소설가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상상하는 사람인 동시에, 세계에 길항하는 개인의 삶을 문장에 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경험에서 보편성을 추출해내는 사람이다. 나는 ‘나’라는 사람을 평균과 표준 속에 가두려는 나의 성향이 소설가로서 미덕인지 약점인지, 오랫동안 알 수 없었다.
― 조해진,「나의 문장이 온 곳, 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