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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88940806012
· 쪽수 : 42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한국어판). 중국 역사 속 집 짓는 이야기
추천의 말.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머리말
높고 큰 나무에 의지합니다
제1장. 집을 세우다
제2장. 나무를 베다
제3장. 문자로 통하다
제4장. 대를 높이 쌓다
제5장. 표준을 정하다
제6장. 구조를 짜 맞추다
제7장. 두공을 배치하다
제8장. 기단을 쌓고, 계단을 놓고, 난간을 세우다
제9장. 지붕을 씌우다
제10장. 몸체를 다지다
제11장. 공간을 경험하다
제12장. 저택을 여행하다
제13장. 사합원을 둘러보다
제14장. 풍수를 생각하다
제15장. 정원을 거닐다
제16장. 장식하다
후기. 불광사를 기억하며
부록. 형이 보내온 글 ∥ 성당 시대를 생각하며(초판 후기)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옛사람들은 세상 물정을 알았고, 편안한 생활(安)이 어떠한지도 잘 알았습니다. 자, 저 지붕(宀) 아래에 집안의 일을 도맡아 살림을 꾸려가는 여성(女)이 보이지요. ‘가정을 꾸린다(安家)’라는 말은 안정되고 따뜻하며 끝없이 배려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리고 형태상 건물(屋)이라는 글자는 흙 위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을 나타내지요. 가정을 꾸린다는 건 자립하는 것과 같습니다. 옛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집에서 찾았으며, 집을 세우고 가정을 꾸림으로써 진일보한 고급의 인류문화를 생각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밖에서 두 발로 선 채로 ‘안착(安着)’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서 언제까지나 걸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 제1장. 집을 세우다
농부가 집을 짓기까지는 더 많은 인내심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 알의 씨앗이 기꺼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지요. 묘목을 선택한 후에도 농민은 농한기의 짬을 내서 긴 시간을 들입니다. 그는 아침 햇살과 황혼을 등에 지고 강가의 모래톱으로 가서는, 멜대를 이용해 터를 돋는 데 쓸 돌들을 고르고 땅을 평평하게 다집니다. ‘터를 다지는 일(基業)’은 어떤 일에서든지 중요한 법입니다. 농민은 바쁜 가운데도 여유를 잃지 않고 천천히 가장 좋은 돌을 골라냅니다. 서까래용 묘목이라면 최소 5년은 길러야 하고, 일반 도리나 기둥에 쓰려면 10년쯤 기다려야 하죠. 꽤 좋은 품종은 20년은 되어야 목재로 자랍니다. 이처럼 목재를 모으는 과정에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해서 현대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랍니다. 다행히 많은 경우에 아버지 세대가 일찌감치 자식과 손자를 대신해서 좋은 나무를 심어두지요. 아버지들은 소중한 경험까지도 후대에 남겨 대대로 전해줍니다. “벌목이란 스스로 근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이다”(《국어國語》 진어晋語 편)라는 말이 있지요. 근본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전수되어갑니다.
- 제2장. 나무를 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