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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동서양 문화/역사기행
· ISBN : 9788964710845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3-06-01
책 소개
목차
길을 나서면서
1장 사합원: 착한 신민들의 참한 살림집
01 베이징 사합원 _ 가장 중국다운 그들의 집
02 베이징 촨디샤촌 산지 사합원
_산기슭에 펼쳐진 한씨 집성촌
03 베이징 대원, 대잡원, 평방
_권력이 담긴 높은 담장에서 백성들의 소박한 집까지
04 베이징·상하이 현대 아파트
_샤오캉의 꿈이 담긴 예쁜 보금자리
2장 물산이 풍요로운 강남의 건축문화
01 상하이 이롱주택
_초라한 망명객도 품어준 국제도시의 골목길
02 쑤저우·항저우 강남수향
_물길로 이어지는 풍요로운 백성의 노래
03 쑤저우 원림 _인공으로 자연을 만드는 귀족의 저택
04 안후이성·저장성 휘파건축
_남자들의 금고金庫, 여자들의 금고禁錮
05 저장성 둥양시 노택
_자금성에 견주려는가, 강남의 구진 저택
3장 토루와 조루: 황제는 멀고 산은 높다
01 푸젠성 객가 토루
_전란을 피해 숨어든 유민들의 보금자리
02 광둥성 객가 위룡옥
_험한 세상 견디려 풍수에 기대어 지었는가
03 푸젠성 객가 안정보
_한 마을을 품어들인 향신의 귀한 생각
04 광둥성 화교 조루 _돈을 벌면 고향에 집을 짓겠소
4장 고난 속에 피어난 꽃 소수민족
01 광시좡족자치구 간란주택
_노동이 만들어낸 대지와 건축의 예술
02 구이저우성 둥족 고루와 풍우교
_아픈 다리를 쉬어 가는 넉넉한 마음의 다리
03 후난성·구이저우성 먀오족 조각루
_고구려 유민의 후예들이 고단한 몸을 쉬던 집
04 구이저우성 안순 둔보
_토착민을 밀어내고는 요새에 갇혀 산 백성들
05 구이양 석판방 _돌집, 돌의 마을, 돌의 나라
5장 멀고 먼 곳의 소박한 사람들
01 윈난성 사시 객잔의 꿈
_적게 벌고 적게 쓰며 느리게 살아가는 그녀
02 윈난성 보이차의 길
_차향을 전하는 길에 거짓말을 담지 마시라
03 윈난성 바이족·나시족 삼방일조벽
_화려한 겹처마 아래 아름다운 사람들
04 윈난성 모쒀족 목릉방
_지금도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신비로운 여인국
05 동티베트 조방과 조루
_티베트 고원의 네 가지 아름다운 별들
6장 거대한 역사가 몰아쳤던 북방
01 사막 폐허의 고성
_정지된 성벽에 울리는 아름다운 〈뮬란〉의 노래
02 섬서성 황토고원 요동
_동굴집에 담겨 있는 권력의 역사, 백성의 역사
03 네이멍구자치구 게르
_초원에 바람을 일으켜 세계사를 폭발시킨 사람들
04 북만주 어원커족·어룬춘족 사인주
_고구려와 발해의 땅에서 수렵으로 살아온 사람들
05 만주 조선족 초가집
_우리 동포는 왜 그곳까지 가서 살게 됐는가
돌아오면서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엘리트 계층을 위한 주택이 부족해서 대원이란 독특한 대형 주거지가 생겼는데, 백성들의 살림집은 이 시기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백성들의 집도 새로 짓기는 했지만, 인구증가를 따르지 못하고 기존의 집들을 조각조각 나눠 쓰는 게 보통이었다. 사합원에서 방 한 개나 두 개를 한 가구에 배당해서 여러 가구가 같이 살게 하거나 사합원 안의 여유공간에 빼곡하게 쪽방을 지어넣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잡원雜院 또는 대잡원大雜院이라고 한다. 이 대잡원은 전통적인 사합원의 품격 따위와는 관계가 없었다. 오직 넘쳐나는 인구를 수용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었다. 대잡원의 생활환경은 열악하다. 집 하나에 여러 가구가, 방 하나에 여러 식구가 함께 살아야 했다. 수용한계를 넘어선 인구 탓에 공중 화장실과 쓰레기장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넘쳤다. 벽돌로 지은 쪽방은 여름에 더위를 참기 어려웠다. 훗날 도심을 재개발하려고 해도 좁은 집에 많은 가구가 들어서 사는 바람에 재개발도 쉽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쑤저우 방향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도로 주변에서 수많은 물을 보게 된다. 강이나 저수지는 물론 석탄을 그득 실은 납작한 배들이 줄지어 다니는 운하, 쪽배가 유려하게 빠져나가는 가느다란 수로, 그리고 크고 작은 양어장까지. 수면이 육지보다 더 넓고 수로가 육로보다 더 촘촘해 마을이 물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창강 하류의 이런 마을을 강남수향江南水鄕이라고 한다.
수향은 살림집 하나하나가 물에 기대고 있고, 조금 큰 집은 담장 안쪽까지 물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길은 한쪽은 물길이고 한쪽은 뭍길이다. 물길은 저 수지나 운하, 강으로 통하면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진다.
객가인들은 생존과 생산, 이주와 전쟁 모두 혈족이 단결하여 헤쳐왔기 때문에 대가족 또는 군사문화적 요소가 강했다. 물론 객가인들이 연고도 없는 산지로 들어가 농토를 개간하고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현지인에게는 침략이었고, 느닷없이 굴러 들어온 재앙이었다. 이들 사이에 끊임없는 다툼이 이어졌고, 생존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도적 떼가 되어 기습과 약탈로 연명하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살림집, 한 마을이 모두 한 집에 모여 사는 집이 바로 토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