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혼

여자는 안채로 향하는 문 근처에 앉아 달빛과 곱게 수놓인 별빛에 취하여 밤하늘을 우러르고 있었다. 다소곳한 느낌. 평상시였다면 그저 눈으로 흘려 보고 말았을 그녀는 달빛 아래서 너무도 고왔고 일부러 그러려고 해서는 도무지 내기 어려운 여인의 내음을 내고 있었다. 그는 사내로서 욕구를 스스로 인정하며 평상시와는 달리 이끌리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허름한 차림새의 그녀는 안채에 새로 들여놓은 노예 계집 같았다. 때문에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도망치려는 것이리라.

"놓아주세요."
"사내를 바라듯 달을 바라던 여자를 주웠는데, 그냥 놓아달라고? 그러고 싶지 않다면?"
"...무례한 행동을 하면 소리를 지르겠어요."
"백가의 담 안에 들어온 이상 이 집안의 모든 것은 내 것인데, 너 하나쯤 오늘밤 품고자 한들 누가 나를 제어할까?"

여자도 그제서야 그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깨달은 것 같았다.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