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길들이기

"좋아. 그럼 나랑 내기하자."
느닷없는 제안에 사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내기?"
"내가 당신이 제시하는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여자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내기. 만약 내가 이기면 당신은 내 정부가 되는 거야."
그의 거침없는 말투만큼이나 재고의 여지가 없는 헛소리였다. 사윤은 딱 잘라 거절했다.
"내게 무슨 득이 되는 내기라고 받아들이겠어요, 안 그래요? 당신이야 내기하는 기간 동안 여자를 만나도 그만 아니에요? 당신이 잃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당신 마음에 들게 내기 조건을 바꿔도 난 상관 없어."
말도 안 된다고 단박에 잘라 버리려 입을 여는데 부친과의 저녁 약속이 떠올랐다. 만약 인호를 이용한다면 박재환과 결혼하라는 부친의 압력을 피할 수 있을 뿐더러 15년 전의 복수를 할 기회도 얻게 되는 것이다.
"좋아요. 내기하는 기간 동안 당신이 내 약혼자 노릇을 해 준다면 생각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