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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88941918059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수난사기 묵상에 임하면서
성목요일
마지막 저녁
올리브 동산에서
이 사람은 누구인가
성금요일
성금요일 밤을 비춘 번갯불
예수 하느님에게 버림받음 ? 그 다른 내면
부활
부활을 알리는 가락
신앙의 부활 빛이 밝혀지기 어려운 오늘
부활의 수학 방정식
부록
예수와 대사제들
예수와 바리사이주의
본시오 빌라도와 로마인들
임금들
옮기고 나서
지은이 소개
책속에서
더 나아가 예수는 우리를 소스라치게 하는 더욱 어두운 그늘에 덮인 듯하다. 그의 영혼의 밤은 하느님께 버림받는 체험에 이르기까지 짙어진다. 그는 내심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에 반항한다. “가능하다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 (이 “그러나”가 우리도 혹 체험했듯이 그렇게도 힘겨운데) ?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여기에는 더 큰 무엇이 달려 있다. 모든 어두움을 무릅쓰는 ‘그럼에도 사랑’의 가장 감격적인 실증(實證)이 그것이다. 하느님은 모든 두려움을 무릅쓰고 ‘네’하는 사랑을, 인간들에 대한 숱한 실망을 무릅쓰고 믿는 사랑을, 악의에도 불구하고 보복을 모르는 사랑을, 고립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위해 거기 있는 사랑을 당신 아들에서 실증하신다. 이미 우리네의 일상에서도 ‘그럼에도 사랑’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동산에서의 어두운 시간에서 돌아온 예수는 전혀 다른 분이다. 이제는 결연하고 용감하며 정녕 초탈한 분이다.
교회 안에서마저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결국 시혜적 자선으로 축소해 버리려는 기도(企圖)가 있으며, 거금을 모아 부유한 나라 은행에 은닉하는 남미의 기득권층과 곧잘 어울리는 부류도 있다. 그렇게 된 이상 산꼭대기에 거대한 그리스도상을 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구약의 예언직 전통을 이어 나간다면 하느님을 섬기는 일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힘쓰는 일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상 교회는 불의와 수탈에 대항하는 구원자로서의 주님의 역할을 떠맡도록 늘 힘써야 한다. 교회가 그것을 안 하면 그 도덕적 신망을 곧 잃게 된다. 그저 몇 가지 전통적 신심 행사에 머물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예수는 기득권층에 대한 항거의 값을 목숨으로 치렀다. 온 세상이 공익과는 전혀 무관한 투기 자본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는 오늘, 교회는 스스로 설 자리가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도 이 무자비하고 반사회적인 부자들이 한심하게도 ‘하느님’이라는 말을 입에 담으면서 도박장이 되어 버린 이 세상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무관심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