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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종교일반 > 종교철학
· ISBN : 9788941925095
· 쪽수 : 664쪽
· 출판일 : 2025-08-12
책 소개
“어떤 경우가 되든 나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 끝까지 힘쓸 것입니다.”
1993년 사제 서품 기념 상본에 새겨진 이 구절은 변종찬 마태오 신부의 삶과 학문을 꿰뚫는 좌표였다. 『혼돈 속의 질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재발견』은 그의 유고 논문 17편과 미발표 원고 1편을 한데 엮어 펴낸 책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여러 교부에 대한 그의 헌신적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교부학 연구의 기반이 부족한 한국에서, 변 신부는 로마 교부학 대학 아우구스티니아눔에서 유학하며 그 기반을 닦았다. 기존의 석사 학위가 있었지만, 학부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는 결단, 외국어와 도서관 순례를 통한 자료 탐색, 그리고 거의 10년에 이르는 박사학위 여정은 학문에 대한 그의 고집스러운 성실함을 드러낸다.
귀국 후 가톨릭대학교에서 강의와 가톨릭평화방송(CPBC)에서의 대중 강연을 통해 그는 교부학을 일반 신자들에게까지 전달하고자 했다. 「신앙의 재발견」, 「가톨릭 신앙의 보물들」 같은 강연 프로그램은 이 책과 함께 신부의 신학적 열정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병마로 갑작스레 멈추었다. 투병 중에도 아우구스티누스 관련 문헌 번역을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 생일 다음 날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고전에서 찾은 오늘의 신앙
이 책은 단지 교부학 논문집이 아니다. 한 신학자로서의 성실한 탐구와 사제로서의 겸손한 삶이 고스란히 담긴 기록이다. 변 신부가 일생을 바쳐 연구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신자들이 신앙을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살아 있는 가르침으로 되살아난다.
제1부에 실린 아우구스티누스 관련 글은 그의 우정 개념, 부정신학, 죽음의 공포, 창조론, ‘의로운 전쟁’ 이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특히 『강론』 84-86에 대한 분석은 부와 가난에 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을 윤리적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론적 관점으로 확장한다. 제2부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수도생활과 사제직에 대한 통찰을 조명하며, 제3부에서는 그레고리우스 대교황, 치프리아누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등 다른 교부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고전의 분석을 통해 오늘의 교회와 신자에게 실질적 울림을 전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혼돈 속의 질서』는 아우구스티누스 연구자들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교부들의 사상이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신앙 여정에 살아 있는 길잡이임을 보여준다. 방대한 참고문헌과 함께 이 책은 후속 연구의 토대이자, 교회와 하느님을 향한 저자의 사랑과 헌신을 되새기게 하는 증언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_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
1. 아우구스티누스의 우정 개념
2. 『강론』 84-86의 부자청년 이야기(마태 19, 16-26) 주석에 나타난 아우구스티누스의 부(富)와 가난에 대한 이해
3. 아우구스티누스의 부정신학
4. 죽음의 공포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이해
5. “나는 있는 나다”(Ego sum qui sum, 탈출 3, 14)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형이상학적 이해
6. 아우구스티누스의 compelle intrare - 도나투스파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7. 아우구스티누스의 창조 사상
8. 아우구스티누스의 ‘의로운 전쟁’ 이론
제2부_아우구스티누스와 사제직·수도직
9. 아우구스티누스 규칙서에 나타난 복음적 권고
10. 아우구스티누스 규칙서에 나타난 기도
11. 아우구스티누스의 『그리스도교 교양』 4권에 나타난 그리스도교 설교학
12.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 사제서품의 의미
13. 아우구스티누스 안에 나타난 주교법정
14. 아우구스티누스 사제직의 근본정신: “Ubi humilitas, ibi caritas”
제3부_다른 교부들
15. 그레고리우스 대교황의 『사목규범서』에 나타난 설교가의 모습
16. 치프리아누스의 sacerdos 개념에 대한 이해
17. 교황관tiara을 통해 본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의 자의식
18.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해
616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우정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마음에 부어진 성령으로 말미암아 맺어진 그리스도인의 우정은 “하느님을 향한 한 영혼과 한 마음”(Anima una et corunum in Deum)93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우정은 하늘나라를 향한 여정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완전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무지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칭송은 그의 여러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419년 말 혹은 420년 초에 살로나의 헤시키우스(Hesychius Salonitanus) 주교에게 보낸 서한은 “저는 거짓 앎을 언명하기보다 신중한 무지를 고백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라는 말로 끝맺는다. 또한 강론에서 성인은 경건한 무지가 오만에 찬 앎보다, 곧 경솔한 앎에 대한 공언보다 경건한 무지를 고백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417년경 8월 1일에 행한 강론에서도 “무지에 대한 고백이 앎의 단계입니다.”라고 선언하며, 『고백록』에서는 무지를 “경탄의 어미”라고 칭한다. 411년경에 작성된 『서한』 130에서는 “그러므로 우리 안에는 말하자면, 무지(無知)의 지(知)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앎은 우리의 연약함을 도와주시는 하느님의 영으로부터 조명을 받은 것입니다.”라고 말함으로써 무지함을 통해 하느님을 보다 더 잘 알게 되는 것의 종교적 의미를 드러낸다.
여기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교(離敎)를 이단의 숨겨진 뿌리로 간주한다. 이단은 이교에서 탄생하는 것이요, 이교가 이단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우구스티누스는 “믿는 이들 가운데 분열의 씨앗을 뿌린 신성모독적인 이교 그리고 하느님께서 온 세상에 퍼져 있는 교회에 관해 선포하시고 실현하셨던 약속들을 거슬러 끔찍한 정신으로 주장한 신성모독적인 이단”으로 도나투스주의를 정의한다. 또한 도나투스파 주교인 가우덴티우스(Gaudentius)에게는 “당신은 신성모독적인 분리로 인해 이교자이고 동시에 신성모독적인 교의로 인해 이단자이다.”라고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