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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46417793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불편한 파티
전령
기억의 방
샤르부크 부인
유일한 조건
결정어학
쌍둥이
향락의 궁전
구원
신의 실수
무녀
환상의 여인
정신병원
갈색빛 독백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
늑대
낯선 카드
기억의 증거
은밀한 방문객
원숭이 여왕
황금가지
사과
아무것도 안전할 수 없다
훈제청어
내가 확실히 봤나요
떠들썩한 파티
세례요한의 참수
집념의 발톱
희미한 신음소리
헛된 욕망
응답 없는 두드림
진실의 파편들
적도에서 온 사나이
격렬한 각성
메두사
은밀한 회합
안부 인사
간사한 저주
갉아먹힌 영혼
카르타고의 눈물
모두가 그녀
바빌론행 야간열차
모래 언덕 위의 집
단짝 친구
골고다 교회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
환상의 실체
맹목적인 헌신
자화상
에필로그: 해변의 천사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리드 부인은 내 뺨에 입을 맞추려는 듯 가깝게 다가왔다. 그녀가 날 향해 걸어오던 바로 그때, 나는 그녀의 윤기 없는 표정에서 뭔가 내게 익숙한 느낌이 스쳐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입술이 내 얼굴에 가볍게 닿고 그녀가 뒤로 물러나기 직전, 나는 젖은 붓이 캔버스 위를 미끄러질 때만큼 작고 희미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당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내가 퍼뜩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얼굴 가득 밝은 미소를 띤 채.
예전에 라이더의 한 지인이 내게 라이더가 편지에 보낸 편지 내용을 들려준 적이 있다.
“자벌레가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그 끝에 매달려 공중에서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위해, 무언가에 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본 적 있냐는 말일세. 그게 바로 나라네. 발이 닿지 않는 저 너머,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있지.”
그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다. 안전한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현재의 나를 넘어 예술가로서의 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 단 하나 두려운 것이 있다면 아무리 멀리 나아간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화가로서의 절정기를 넘어 대단원을 향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숱이 줄어든 머리카락 사이로 휑한 바람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러다 형편없이 실패하고 거기다 뉴욕에서 가장 각광받는 초상화가 중 한 명이라는 지금의 지위마저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하지?
“주제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샤르부크 부인. 어째서 병풍 뒤에서 말씀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나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부인을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초상화를 그린단 말입니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평범한 초상화를 그리는 데 그런 많은 돈을 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난 부자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에요.”
“불쾌하셨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실 텐데요, 피암보 씨. 날 보지 말고 초상화를 그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