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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88950961244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5-09-1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6
엄마야 누나야-김소월, 시의 숨은 공간 찾기-12
1부
진달래꽃-김소월, ‘사랑’은 언제나 ‘지금’-32
춘설(春雪)-정지용, 봄의 詩는 꽃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42
광야-이육사, 천지의 여백으로 남아 있는 ‘비결정적’ 공간-50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오직 침묵으로 웃음으로-58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봄과 여름 사이에서 피어나는 경계의 꽃-65
깃발-유치환, 더 높은 곳을 향한 안타까운 몽상-72
2부
나그네-박목월, 시가 왜 음악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80
향수(鄕愁)-정지용, 다채로운 두운과 모운이 연주하는 황홀한 음악상자--87
사슴-노천명,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생명의 알몸뚱이-96
저녁에-김광섭, 슬프고 아름다운 별의 패러독스-102
청포도-이육사, 하늘의 공간과 전설의 시간을 먹다-109
군말-한용운, 미로는 시를 요구하고 시는 또한 미로를 필요로 한다-116
3부
화사(花蛇)-서정주, 욕망의 착종과 모순의 뜨거운 피로부터-124
해-박두진, 해의 조련사-132
오감도 詩 제1호-이상, 느낌의 방식에서 인식의 방식으로-140
그 날이 오면-심훈, 한의 종소리와 신바람의 북소리-148
외인촌-김광균,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에 숨어 있는 시적 공간-156
승무(僧舞)-조지훈, 하늘의 별빛을 땅의 귀또리 소리로 옮기는 일-164
4부
가을의 기도-김현승, 죽음의 자리에 다다르는 삶의 사계절-174
추일서정-김광균, 일상적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언어-182
서시-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의 시론-189
자화상-윤동주, 상징계와 현실계의 나와의 조우-196
국화 옆에서-서정주, 만물이 교감하고 조응하는 그 한순간-204
바다와 나비-김기림, 시적 상상력으로 채집한 언어의 표본실-212
5부
The Last Train-오장환, 막차를 보낸 식민지의 시인-222
파초-김동명, ‘너 속의 나’, ‘나 속의 너’를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230
나의 침실로-이상화, 부름으로서의 시-238
웃은 죄-김동환, 사랑의 밀어 없는 사랑의 서사시-248
귀고(歸故)-유치환, 출생의 모태를 향해서 끝없이 역류하는 시간-255
풀-김수영, 무한한 변화가 잠재된 초원의 시학-262
새-박남수, 시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271
덧붙이기
시에 대하여-280
인덱스-39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의 시적 언술은 ‘강변에 살자’라는 여성 공간의 희망적 메시지 속에 ‘강변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남성 공간의 절망적 언어가 깔려 있다. 자연 속에서 살려고 하면서도 끝없이 자연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문명 속의 인간.음과 양처럼 양면성을 지닌 인간의 현 존재가 강변이라는 경계 영역 위에 통합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강변에 살자고 호소하면 호소할수록 ‘강변에 살 수 없는’ 반대의 현실 고백을 듣는 것 같다. 그리고 강변의 아름다운 묘사가 짙을수록 우리의 마음속에 떠오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상실한 산수화이며 공해에 찌든 살벌한 도시의 풍경이다. 그래서 시 「엄마야 누나야」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노래처럼 들리면서도 다른 목가와는 달리 슬픔을 지닌 여운으로 울려온다.
― 시의 숨은 공간 찾기(「엄마야 누나야」, 김소월)에서
항상 시는 모순어법을 통해서, 일상적인 것에서 일탈(deviation)함으로써 시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긴장이 없는 시는 맹물 같은 시라고 한다. 이렇게 음운적 레벨, 구문적 레벨, 의미적 레벨이 모여 하나의 시적 레벨을 이루면서 시적 긴장을 자아내는 것이 정지용 시의 맛이다. 이렇게 외부와 단절된 닫힌 공간과 그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만이 문을 열고 바깥세상과 ‘이마받이’를 하는 행복한 충격을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다”는 지금껏 어느 누구도 느끼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소원을 품게 된다. 그러한 소망의 원형이 바로 ‘봄눈’이며 ‘꽃샘추위’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용에 의해서 한국 시의 역사상 처음으로 ‘봄의 훼방꾼’이었던 ‘봄눈’과 ‘꽃샘’이 봄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시학(詩學)의 주인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 봄의 詩는 꽃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춘설」, 정지용)에서
그러니까 광야라는 공간은 ‘지금’이라는 말과 짝을 이루는 ‘여기’로서 인간이 살고 있는 현존성을 가리키는 장소이다. 기독교 같으면 에덴의 동쪽인 실낙원이나 세례 요한이 외치고 예수가 기도를 올렸던 그 광야일 것이다. 불교 같으면 고해라고 불리는 사바세계,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이라면 “황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라고 노래 부른 그 광야인 것이다. 그러나 이육사의 그 광야는 천지개벽할 때에도 산맥들이 범하지 못한 원초적인 공간으로서 천지의 여백으로 남아 있는 ‘비결정적’ 공간이다. 강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는 말에서도 암시되어 있듯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는 미완의 땅이다. 그러한 광야를 가지고 있기에 인간은 그 위에 노래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는다. ‘나-여기-지금(moi-ici-maintenant)’의 실존적 세계를 영원하고 무한한 우주로 확산시켜가는 행동. 그것이 바로 ‘광야’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광야」는 ‘시로 쓴 시론’으로 이른바 ‘메타 시’에 속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 천지의 여백으로 남아 있는 ‘비결정적’ 공간(「광야」, 이육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