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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0965747
· 쪽수 : 572쪽
· 출판일 : 2016-10-04
책 소개
목차
1. 크리스틴 5
2. 베니 242
3. 토벨라 485
4. 칼라 549
5. 옮긴이의 말 564
6. 차별과 갈등의 폐허에서 찾은 길 567
리뷰
책속에서
“증인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군인으로, 군사술, 도시 테러, 게릴라전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변호인의 말은 주장이지 질문이 아닙니다.”
“기각합니다. 우선 끝까지 들어 봅시다.”
검사는 금테 안경 뒤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으며 고개를 젓더니 자리에 앉았다.
“또, 증인은 2년 동안 케이프타운의 마약 카르텔을 위한 ‘경호원’으로 일했습니다. 경호원이오. 신문에서는 달리 말했습니다만…….”
(중략)
“이미 20년 전 일입니다.”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카운터스파이 훈련이었습니다.”
“총기와 폭약 사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육탄전도요?”
“예.”
“고도의 긴장을 요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훈련도?”
“예.”
“숙청과 탈출도요?”
“예.”
“그런데 주유소에서 총격을 듣고 ‘주유기 뒤에 숨었다.’라고 진술하셨습니다.”
“전쟁은 10년 전에 끝났습니다. 저는 싸우러 간 것이 아니라 트럭에 주유를 하러…….”
“증인에게 있어 전쟁은 10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음파이펠리 씨. 살인과 공격 훈련을 받은 증인은 이 전쟁을 케이프플래츠로 끌고 온 겁니다. 증인이 경호원으로서 했던 역할을 살펴볼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의를 강력히 제기합니다.” 검사의 목소리는 높으면서도 구슬펐다.
그 순간 토벨라는 피고인들의 얼굴을 보았다. 토벨라를 비웃고 있었다.
안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손가락으로 입가의 부푼 상처를 한 번 훑더니 그에게서 물러서면서 말했다.
“나도 애들에게 늘 그렇게 얘기했어. 일이 힘들어서 그러셔. 아빠는 좋은 사람이잖아. 일 때문에 그런 건 이해해 주자 그랬지. 그런데 이젠 나도 당신 못 믿어. 이제 애들도 당신 안 믿어……. 베니, 이제 당신은 그냥 그런 사람이야. 당신 잘못이라고. 다른 경찰들도 전부 매일 똑같이 스트레스 받아. 그렇다고 다들 당신처럼 술독에 빠져 살아? 아니잖아. 그 사람들도 욕하고, 고함지르고, 살림살이 집어 던지고, 아내한테 손찌검을 해? 이제 끝이야. 완전히 끝났다고.”
“안나, 술 끊을게. 전에도 끊었잖아. 끊을 수 있어. 당신도 알잖아.”
“6주 동안 금주한 거 말하는 거야? 그것참, 대단한 기록이다, 고작 6주 가지고. 내 자식들한텐 그걸로는 안 돼. 애들이 무슨 죄야? 나는 또 무슨 죄고?”
“당신 자식이라니, 우리 자식이지…….”
“알코올중독자가 무슨 아빠 노릇을 해?”
자기연민이 엄습해 오더니 곧 공포가 밀려왔다.
“안나, 안 돼. 안나, 나 혼자선 못 살아. 내가 무슨 힘이 있어. 난 당신이 필요해. 제발, 난 당신 없이는 못 버텨.”
“우리한텐 당신이 필요 없어, 베니.” 안나가 일어섰다. 안나 뒤로, 바닥에 놓인 슈트 케이스 두 개가 보였다.
“성경을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써먹는 사람은 많습니다. 때로 두려움 때문에 그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어째서 그런 것을 허락하시나요?”
“크리스틴 양이 기억해야 할 것은…….”
크리스틴은 문득 휘청이는 듯했다. “대답 좀 해 보세요.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하느님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갖다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성경을 쓰신 거예요?” 감정이 잔뜩 실렸는지 목소리가 오르락내리락했다.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면서요. 제가 하느님한테 무슨 잘못을 했나요? 어째서 저한테는 목사님과 목사님 아내처럼 쉬운 길을 주지 않으신 거죠? 왜 저한테 빌준을 주시고, 그다음에는 빌준이 자기 머리를 날려 버리게 내버려 두신 걸까요? 대체 제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하나님은 제게 아버지도 주셨죠. 그 뒤에 저에게 무슨 기회가 있었나요? 제가 강해지길 바라셨다면, 처음부터 절 강하게 만드시면 되잖아요. 아니면 똑똑하게 만드실 수도 있었잖아요. 저는 어린아이였어요. 제가 뭘 알았겠어요? 어른들이 쓰레기라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저주가 담긴 날카롭고 쓰라린 말들에 그녀는 스스로 상처를 입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훔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