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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3591314
· 쪽수 : 166쪽
· 출판일 : 2025-02-17
책 소개
목차
서문 ― 불결한 삶을 베껴 쓰기(김선오)
낭비와 베끼기
감사의 말
부록 ― 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조이 레너드)
옮긴이의 말 ―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만의 지금 이 순간의 감각
리뷰
책속에서
노동계급 출신의 퀴어 예술가와 같은 반사회적 존재들의 불결함과 변칙성은 표백된 정상성 자본의 옆자리에서 더욱 역동적으로 가시화되기 마련입니다. 낙차에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시와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한 낙차를 동력으로 세계에 투신하고, 유희하며, 우리(‘노동계급 출신의 퀴어 예술가’에 대한 거리 있는 접근처럼 글을 쓰려다가 실수로 우리라고 말해버렸지만 지우지 않겠습니다)를 위한 놀이터를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박탈의 경험은 언제나 공간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또!)가 대안적인 장소의 발명가들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_ <서문 ― 불결한 삶을 베껴 쓰기>
저항하고, 교란하며, 질병처럼 끝없이 재발하는 삶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삶을 베껴 쓰는 손이 있습니다. 기호는 언제나 포획할 수 없는 대상을 재현하려 한다는 혐의를 품고 있지만 ‘쓰기’라는 행위로 시선을 옮겨본다면 그 일은 아일린 마일스의 말처럼 정말이지 종교적이고 수행적인 어떤 것입니다. 모방을 금지당한 삶을 모방하는 형식의 쓰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저는 자신의 쓰기를 ‘베껴 쓰기’라고 주장하는 아일린 마일스의 태도를 무척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쓰기 역시 모종의 베껴 쓰기들이었음을 실감하면서요. 그리고 그러한 베껴 쓰기의 실천이 저를 얼마나 보호해왔는지 다시금 떠올려 보았습니다.
_ <서문 ― 불결한 삶을 베껴 쓰기>
작가가 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들고, 그렇기에 시간을 굴릴 줄 알아야 한다. 내 경험은 그랬다. 마치 해변으로 밀려와 죽은 물고기를 굴려대는 개처럼 말이다. 아니면 마구간 속 말의 몸뚱이 아래 똥 무더기에 선 채로 (벌벌 떨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한 마리 개(내 개)처럼. 똥이 너무 많고, 말이 너무 많아서다. 그러나 시시각각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전부인 이런 일로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면, 대단한 일이다. 나는 시인으로 살아가며 기꺼이 시간을 낭비하기로 했기에 장갑을 던져 도전에 응했고, 그 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내가 작업하는 장소가 바로 그 무無다.
그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나는 문학이 낭비된 시간이며,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도덕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저 지극히 심오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나는 모든 방면에서 그 모험을 샅샅이 탐구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을.
_ <낭비와 베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