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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0999674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22-04-0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인어
붉은 춤
돼지재판
재림 예수
사냥꾼 그라쿠스
람세스 호텔
바이올린 연주회
사냥꾼 그라쿠스
교실
곡예사
돼지 시위
뱀술
여배우
사진
낚시꾼
예기치 못한 마술
좋아해 좋아해 미워해
낚시꾼
유원지
낚시꾼
늑대와 소년, 그리고 소녀의 물방울
인어
독자를 위하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녀는 남자이고 싶었다. 남자가 되어 여자를 갖고 싶었다. 어째서 그녀는 내 것이 아니지? 어째서 그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내가 아니지? 어째서 나는 그녀를 가질 수 없지? 하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러한 의심이 소녀를 불행하게 만들리라는 것을 모르는 채로, 소녀는 파멸적인 의문들을 던졌다. 어째서 나는 바닷가로 나가지 않았지? 난 그녀에게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데 그녀와 함께 놀고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눈만 바라보아도 좋은데 어째서 그녀는 내 것이 아니지?
양계장에서의 마지막 밤, 여자는 그녀를 훔쳐 달아났다. 죽음 직전의 암탉들처럼 자궁이 조금 삐져나오고 골다골증에 시달리며 돌이킬 수 없이 늙어버린 그녀를. 그러나 그녀는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았다. 삶이 끝난 뒤에도, 알을 낳을 수 없게 된 뒤에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산란 이후의 삶을 가르쳐줄 수 있는 암탉은 없었으니까.
철판 위에서, 끓어 넘치는 태양과도 같은 광폭한 열기 위에서 그녀는 흐느끼면서 주춤거렸다. 골절된 날개로 그녀는 어디로도, 심지어 여자의 둥근 어깨 위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관중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토록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암탉처럼 흐릿하고 지친 얼굴들.
남자 비서가 사냥꾼 그라쿠스가 돌아왔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가 날 조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령에 대한 연구를, 실패로 끝났음에도 영원히 실패할 것임에도 내가 아직 놓지 못한 연구를 비웃고 있다고요. 실제로 어젯밤에 난 유령과 리바의 기후, 언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하인은 내 앞에서 내가 십 년 동안 연구한 페이지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부어버렸죠. 커피 필터와 오렌지 껍질, 바퀴벌레의 찢겨진 날개와 뭉그러진 날벌레들과 함께 뒤얽힌 내 밤들, 치명적으로 오염된 밤들, 그러나 오염된 것이 내 연구인지 벌레들인지는 모를 일이죠, 부인. 난 내 실패한 연구로 그 미물들의 가여운 죽음을 조롱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차마 버리지 말라고 붙잡지는 못했지만 연구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었어요. 물론 어제 낮까지만 해도 연구를 끝내야겠다고, 날 비참하게 하고 철저하게 몰락시키며 파멸시키는 연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다짐했죠. 리바의 시장 직무와 리바의 귀신 연구를 함께 할 수는 없어요. 리바에 남아 리바의 시장으로 살거나 리바를 떠나 리바의 귀신에 대해 연구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했죠. 하지만 난 이미 시장이고 리바 역사상 리바의 귀신을 연구하기 위해 시장직을 그만둔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난 리바의 시장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거예요. 이상한 일이죠, 부인. 난 리바의 시장직에 자원한 적이 없는데도 리바의 시장직에 선출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