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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52130310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06-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부 해설 ^^
『춘향전』의 인기와 위상
『춘향전』의 시대 | 고전이 된 통속소설
『춘향전』을 둘러싼 오해들
『춘향전』은 하나인가? | 작가는 누구인가? | 근원설화와 모델
^^주제와 배경^^
『춘향전』의 주제적 지향 | 기생의 삶과 의식
『춘향전』 해석의 방향
^^신화로서의 『춘향전』 | 연행 예술로 읽기 | 페미니즘에 소환된 춘향
이본과 표준본
주
제2부 춘향전 읽기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관심이 크게 식었다고 하지만 『춘향전』은 여전히 유효한 고전이다. 계속 재해석될 수 있고 또 재해석되어야 한다. 조선시대 민중이 읽은 『춘향전』과 양반이 읽은 『춘향전』이 다르고, 조선시대 여성이 읽은 『춘향전』과 남성이 읽은 『춘향전』이 다르다. 같은 작품이라도 독자에 따라 착목한 지점도 다르고 해석도 전혀 다르다. 연구자의 해석도, 그의 정치 이념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에 따라 동일한 텍스트로 전혀 상반된 의견을 낸다. 더욱이 『춘향전』은 하나의 정본이 있는 작품이 아니다. 개성이 강한 수백, 수천 개의 이본과 각편이 존재하니, 그 해석까지 치면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춘향전』이 존재하는 셈이다.
춘향이 마지못하여 마루 위로 올라가 인사하고 앉으니 이도령이 물었다.
“네 나이 몇이며 이름이 무엇이냐?”
춘향이 아리따운 소리로 여쭈었다.
“소녀의 나이는 이팔이오 이름은 춘향이로소이다.”
이도령이 웃으며 말했다.
“이팔이 십륙이니 나의 사사 십륙과 정동갑이라, 어찌 반갑지 아니하며, 이름이 춘향이라 하니, 네 모습이 이름과 같도다. 절묘하고 어여쁘다. 달 아래 핀 매화꽃과 어울린 두루미와 같고, 썩은 나무에 앉은 부엉이와도 같고, 줄에 앉은 초록 제비로다.”(137쪽)
“고이하다. 너 같은 길 위에 핀 꽃이 수절이란 말 고이하다. 네가 수절하면 우리 마누라는 기절할까? 요망한 말 말고 오늘부터 수청 거행하라.”
춘향이 여쭈었다.
“만 번 죽어도 이는 받들지 못할소이다.”
신관이 말했다.
“네 잡말 말고 분부대로 거행하여라.”
춘향이 여쭈었다.
“옛말에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남편을 바꾸어 살지 않는다 하니, 사또께서도 응당 아실지라. 만일 국운이 불행하여 난시를 당하면 사또께서는 적들에게 무릎을 꿇으시리이까?”
“네 얼굴 들어 나를 보라.”
춘향이 여쭈었다.
“보기도 싫고 말씀 대답하기도 어렵사오니, 바삐 죽여 소녀의 소원을 이루게 하소서.”
어사가 이 말을 듣고 다시 가련히 여겨 말했다.
“아무리 싫어도 잠깐 눈을 들어 자세히 보라.”
춘향이 그 말을 듣고 의아하여 눈을 들어 살펴본즉 의심 없는 이도령이라.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도 않고 뛰어 올라가며
“얼싸절싸 좋을시고, 이런 일이 고금에 또 있는가. 옛날 한신이 어린 시절 빨래하는 아낙에게 얻어먹으며 고생하다가 나중에 한나라 대장이 될 줄 누가 알았으며, 강태공도 팔십까지 곤궁하여 위수 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가 나중에 주나라 정승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서방님이 엊그제까지 걸인으로 다니다가 오늘 암행어사가 될 줄 그 누가 알며, 내 옥중에서 고생하다가 어사 서방 만나 세상 구경할 줄 누가 알쏘냐. 얼씨구 좋을싸, 어사 서방 좋을시고.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정말인가 거짓말인가. 즐겁기도 그지없네. 어사 서방 즐겁도다. 어제 걸인으로 와서 볼 제 오늘 수의어사 될 줄 나는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