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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시대 일반
· ISBN : 9788952215208
· 쪽수 : 186쪽
· 출판일 : 2010-10-11
책 소개
목차
1. 옛날 나라 한국의 꽃 한송이
2. 올가미
3. 사랑이 구출
4. 김 씨
5. 막둥이
6. 산에서
7. 수도승의 집
8. “가장 작은 것 하나”
책속에서
유서 깊은 나라 한국에서 여자 아이 사랑이가 용(龍)의 해에 태어났다. 애 아버지는 아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첫 애가 여자 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노발대발하며 집을 나가 먼 촌 구석으로 사라진 뒤 다시는 소식을 알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엄마는 남편한테 버림받은 뒤, 돈 많은 남자들의 변덕과 욕정에 얽매인 창부(娼婦)이자 무희(舞姬)가 되었다. 이들은 잔치나 명절 때 그녀를 집으로 불러 손님들의 흥을 돋우었다. 아름다웠던 자태가 시들면서 그녀는 귀신 불러내는 일을 시작했는데, 점도 치고 굿도 벌여 밑바닥 세계의 사람들한테서 먹고 살 돈을 뜯어냈다. 그들은 이를테면 그녀의 밥줄이었다. 그녀는 기만과 타락의 삶 속으로 깊이깊이 빠져들었고, 결국 술, 아편 그리고 나쁜 무리의 친구들이 어미에게서 아이에 대한 정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나리, 전 애를 좀 전에 만났답니다. 이 아이 엄마가 앨 유곽집 주인한테 팔았답니다. 저 애는 나한테 보호해달라고 사정을 했죠. 이렇게 난처한 때 조선의 법은 어떤지요”
“우리 유서 깊은 제국의 법이 여자에 대해서 할 말이 뭐가 있단 말이오” 지방관은 대답했다. “성인(聖人)이라면 여자로 인해 왈가왈부하지 않소.”
“하오나 이 애를 구할 아무런 방도가 없단 말씀인가요”
“먹고 입을 게 그득할 터인데 그런 곳에서 아이를 누가 일부러 데려가겠소이까”
이처럼 투박한 물질주의와 야만적 인생관에 서부인은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몸으로 보이며 돌아섰다.
“허나 아이는 앞으로 노예보다 나을 게 없고 아이가 발 디딜 인생은 바로 지옥이죠.”
외국 여자는 다시 목이네에게 아이를 보호할 책임을 맡기고 작은 방의 문을 닫은 뒤에 밤길을 나섰다. 신령나무의 그림자 속에서 그녀는 초가지붕을 머리에 얹은 나지막한 오두막을 되돌아보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 오두막은 희미한 별빛 아래 잿빛을 띠고있었다.
“난 아이를 늑대로부터 살려냈다.” 그녀는 혼자 말했다. “하지만 내 아인 아냐. 아직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어. 아침에 잠을 깨면 엄마를 만지려고 따스하고 보드라운 손을 내밀겠지. 난 그 여자가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