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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241597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9-11-1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다. 그게 여기서 일해온 유일한 이유다. 런던에서의 생계유지비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진짜 돈을 만지는 출판사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 거티는 내가 야망이 없다고 자주 말하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3호 문을 두드리는데, 신경이 그야말로 직각으로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초조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공황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정말로 저지르는 건가? 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침대에 잘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정말로 저스틴의 아파트를 떠나서?
오, 세상에. 어쩌면 거티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정신이 혼미해진 순간에 저스틴의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크롬처럼 번쩍번쩍 빛나고, 온통 하얗고 안락한 아파트로 돌아가는 상상을. 그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지만 이런 상상은 의외로 별로 기분 좋지가 않았다. 아마 지난 목요일 밤 11시 무렵부터였을까? 저스틴의 아파트는 조금 달라져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을 돌리니 밝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이만큼 떨어져서 봐도 너덜너덜한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 간호사가 보였다.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리언의 유니폼과 많이 비슷했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엉덩이에 달린 호출기를 확인하고는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키가 컸다. 리언일까? 확실히 알아볼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를 따라가려고 더 빨리 걸었다. 약간 숨이 차올랐고, 어쩐지 스토커가 된 기분이 들어서 속도를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