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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52242075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제21장 ~ 제26장
제 5 부
제27장 ~ 제30장
제 6 부
제31장 ~ 제37장
에필로그
『죄와 벌』을 찾아서
책속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알지 못할 힘이 그를 움켜쥐고 그녀의 발아래 내동댕이친 것 같았다. 그는 울면서 그녀의 무릎을 껴안았다. 처음 순간 그녀는 무섭게 겁에 질려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녀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이해했다. 무한한 행복이 그녀의 두 눈에서 빛을 발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고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 한없이 사랑하고 있다. 그의 시간이 마침내 온 것이다.
그들은 뭔가 말을 하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눈물이 그들의 눈에 맺혔다. 그들은 둘 다 창백하고 야위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병들고 창백한 얼굴에는 새로워진 미래의 빛이, 새로운 삶을 향한 소생의 빛이 감싸여 있었다. 사랑이 그들을 부활시켰다. 그들 각자의 마음에는, 상대방을 위한,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깃들어 있었다.
“모두들 피를 흘리게 하고 있어! 이 세상에는 폭포처럼 피가 흘러왔고 지금도 흐르고 있어! 월계관을 씌워주고 인류의 은인으로 떠받들게 만드는 피야! 너도 두 눈을 뜨고 똑바로 봐! 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선을 행하려 했던 거야……! 그 서툰 짓 덕분에 수백수천 가지 선행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실패했으니까 서툰 짓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어리석은 짓은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나는 첫 걸음도 내딛지 못했어……. 왜냐? 난 저속한 인간이니까……. 바로 이게 문제의 전부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눈으로 보지는 않겠어!”
“간단하게 말씀드리지요. 자, 내가 어떤 자를 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칩시다.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 치더라도 그를 미리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자는 좀 더 거리를 쏘다니게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허허, 이해를 잘 못하시는 표정이군요.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드리지요. 예를 들어 그를 너무 빨리 체포한다, 그러면 허허, 그자에게 정신적으로 기댈 언덕을 마련해주는 게 아닐까요? 허허, 웃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라스콜리니코프는 웃을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깨문 채 타는 듯한 시선으로 포르피리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