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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2764355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엘불리
6월_ 엘불리 주방의 문이 열리다
7월_ 기본으로 돌아가다
8월_ 지겨움 견디기
9월_ 창조성은 기계적인 노력에서 나온다
10월_ 살아 있는 요리의 역사, 페란 아드리아
11월_ 희생
12월_ 우리는 엘불리다
에필로그_ 엘불리는 항상 시작한다
리뷰
책속에서
전 세계 식도락가들은 엘불리에서 식사하는 것을 열망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실습하길 원하는 야심 찬 젊은 요리사들의 열정에는 비할 수 없다. 주방 스토브 위에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실습생으로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몰려든 이들의 지원서가 해마다 3,000장쯤 쌓인다. 엘불리의 실습생이 되면 특권이라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엘불리의 명망에 이끌려, 또 페란을 비롯한 주방장들의 지도를 받을 기회를 잡기 위해 서울, 볼로냐, 로스앤젤레스, 카라카스 등지에서 수많은 실습생이 자비로 스페인 코스타 브라바 해안의 작고 건물이 빽빽한 도시 로세스로 찾아온다. 하루 한 끼 식사와 허름한 아파트만 제공될 뿐 보수도 전혀 없는데 하루 열네 시간씩 쉼 없이 일하는 까닭 또한 이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중 일곱 시간을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중앙 조리대에 가만히 서서 옥수수 알 수천 개의 씨눈을 압착하거나 말미잘의 점액질을 제거한다. 그러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엘불리에서 6개월 내내 일하고 나면 어디 가서 세계 최고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드디어 페란이 입을 열었다. 샌들과 청바지 차림에 어둡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이제 막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했고, 둥그런 배 때문에 팽팽해진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딱딱 끊어지는 목소리로 연설의 반은 격려의 말로, 나머지는 지옥 불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로 채운다. 그는 환영인사로 시작해 얼마나 대단한 기회를 목전에 두었는지 강조한다. “우리는 창조에 관해 알려주려고 합니다. 이곳은 해가 바뀔수록 점점 더 대학교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여러분에게 모든 걸 알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 오늘은 아닙니다. 우리도.” 이때 그는 다른 주방장들을 가리킨다. “모든 걸 알진 못합니다. 현시점에서는 우리 메뉴가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조차 모르죠. 우리는 모두 그라운드제로에서 시작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