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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2767912
· 쪽수 : 52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
곧장 가면 병원이 나온다. 거리는 한산했다. 그러니 구급차는 오 분 안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한없이 길기만 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응급처치 원칙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인공호흡과 흉부 압박으로 데니스를 소생시켜 보려고 했다. 하지만 기술이 불완전해서인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스스로가 어리석고 무력하고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책임감. 그렇다. 나는 책임감을 느꼈다.
죽음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지독히 낯선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 도달하는 순간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심장이 고동을 멈춘다. 몸이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결국 뇌가 천천히 기능을 정지한다. 정확히 언제 데니스 메이플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몇 분 몇 초에 데니스가 최종적으로 눈을 감았는지 논의하는 것은 무용한 짓이다. 내가 데니스를 발견하기 전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데니스를 붙들고 헛되이 발버둥 치는 동안이었을까? 아니면, 구급차 안에서? 아니면, 이후 병원에서? 나도 모른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망 선고에 대해서는 분명히 기억한다. 내가 병원 대기실에 있는 동안 간호사가 다가와서 말했다.
“너무 늦어서 환자 분을 살릴 수가 없었어요.”
데니스가 죽었다. 잠정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내가 데니스의 심장병에 대해 언급했더니, 의사들이 보기에 인과관계가 분명했던 모양이었다. 이런 일은 허약한 사람에게 쉽게 일어난다. 술, 스트레스, 과로, 혹은 다른 무엇이라도 이러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데니스는 운이 나빠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혼자였던 것뿐이다.
운이 나빴다고? 그렇다. 데니스는 확실히 운이 나빴다. 어쩌면 최악의 불운은 내 친구였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데니스를 내 대역으로 추천했다. 데니스는 연기자로 복귀하기 위해 손쉬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돈도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데니스에게 도움을 주었다.
물론, 이번 일은 현실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 어젯밤 공연으로 인한 중압감. 그 후에 휘말린 다툼. 오늘 밤에 벌어진 일들. 이 모든 것이 데니스의 머리를 짓눌렀다. 그리고 심장까지도. 이제 오늘 밤 일에 대해 데니스에게 진술이나 설명을 요구할 수도 없다.
내가 브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전화를 걸어달라고 간호사에게 부탁했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브라이언이 병원에 있었고, 멜빈과 조캐스터와 맨디도 함께 있었다. 그들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데니스는 없었다. 데니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