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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52776815
· 쪽수 : 340쪽
책 소개
목차
1부 ..............................7
2부 .............................119
3부 ............................231
작가의 말...................333
옮긴이의 말...............335
리뷰
책속에서
한 여자가 계단을 내려온다. 그녀의 오른발은 계단의 가장 아래 칸에 닿았고 왼발은 아직 위쪽에 있지만, 다음 걸음을 막 떼기 직전이다. 여자는 벌거벗었다. 그녀의 몸은 핏기 없이 창백하고 음부의 털과 머리카락은 금발이며, 불빛을 받은 머리카락이 광채로 반짝인다. 창백하고, 금발인 나체의 여인은, 회녹색 배경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지는 계단과 벽을 등진 채, 무게감이 없이 가볍게 부유하는 몸짓으로 관람자를 향하고 있다. 반면에 그녀의 긴 다리와 둥글고 풍만한 엉덩이, 탱탱한 젖가슴에서는 관능적인 중량이 느껴진다.
“젊다는 것은 모든 것이 다시 회복되리라는 느낌이에요. 틀어지고 어긋나버린 모든 것이, 우리가 놓쳐버린 모든 것이, 우리가 저지른 모든 잘못이. 더 이상 그런 감정이 없다면, 한 번 일어나버린 일과 한 번 경험한 일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면, 그러면 우리는 늙은 거예요."
두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오지 않자, 나는 늦을 수 있는 이유를 하나 생각해냈다. 세 시간이 지난 뒤에는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냈고, 네 시간이 지난 뒤에 또 하나를 더 생각해냈다. 그렇게 나는 밤새도록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를 하나하나 만들어내면서, 그녀에게 혹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두려운 마음을 달래려고 애썼다. 그 두려움으로 결정적인 다른 두려움을 잊으려 한 것이다.
그녀는 오지 않는다, 오고 싶지 않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