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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이바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722043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7-08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722043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7-08
책 소개
지금은 오래전부터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작가가 처음으로 독일로 떠나 있던 동안 쓰여진 소설이다. 과거 망각됨에 다름아닌 침묵을 찾아 떠났던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는’ 사람이 되어 굳건하게 제 자리를 찾은 듯 보인다.
가장 이채롭고 가장 독특하며 가장 순정한, 오직 배수아
“배수아는 하나뿐이다”
“배수아의 소설에는 상투적인 인물, 상황, 대사, 통찰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배수아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 상황, 대사, 통찰은 오직 배수아의 소설에만 나온다. 그래서 배수아는 하나뿐이다”(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마음산책, 2018)
배수아의 텍스트는 낯설고 불안하고 불온하며 이질적이고 불길해서 오히려 쉽게 매혹당하고, 얼핏 그 독보적인 스타일만을 이야기하기 쉽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만큼 예민하고 섬세하게 한 인간의 내면을 끄집어내 보일 수 있을까 갸웃거리게 만든다.
꽤 긴 시간 절판되었다가 새롭게 출간된 그의 네 작품에는(『철수(1998)』, 『이바나(2002)』, 『동물원 킨트(2002)』, 『독학자(2004)』 이러한 작가의 매력이 그대로 녹아 있는데다, 2025년 현재의 ‘배수아’라는 텍스트를 떠올릴 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의 저 낯섦은 지금도 여전히 한없이새롭고,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묘하게도 지금의 배수아와 겹쳐진다.
다시 한번,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저 ‘단언’은 작가가 등단한 지 삼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뿐더러, 오늘에 이르러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쓴다. 이미 사라져버렸으나,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그렇게 우리의 모든 인생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고, 언어를 필요로 한다. 언어가 없이는 삶의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 당연한 일이지만, 진실로 침묵할 수 있었던 사람을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 침묵이란 결국 망각됨이므로. _98p
"우리는 이바나와 함께 있었다. 나는 K와 함께 있었고 K는 잠과 함께 있었다. K는 잠을 원했고 나는 침묵을 원했다."
우리가 이바나, 하고 말하는 것은 집시, 라고 불리는 한 마리 개와, 그리고 나머지 분석되지 않은 체험을 의미한다. 그때,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떠났고 아는 사람이 없는 방식으로 살기를 원했다. 그것은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저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사용하는 이방인이 간다. _7p
‘나’와 K는 이바나와 함께 13개월 동안 이국의 도시를 여행한다. 목적지도 없고, 희망사항도 없다. 부유하는 듯한 이 여행은 작가가 말한 ‘침묵’의 다른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이바나’는 이 여행을 함께한 중고 자동차의 이름인 동시에, ‘우리’가 여행한 몰락해가는 어느 이국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며, 여행 후 ‘나’와 K가 함께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부모님의 친구이자 한때 나의 연인이었던 Y의 이름이기도 하며 B가 잠시 머문 곳에서 그곳 사람들이 안부를 궁금해하는 미지의 존재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다른 무엇의 이름일 수도 있다.
‘이바나’와의 여행은 또한 글쓰기의 행적이기도 한데, 이 글쓰기의 여행은 난해하고도 기괴하다.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처럼 뒤틀리고 어긋나면서 『이바나』를 이루고 있는 50개의 조각들은 일관된 서사의 한 줄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이 흩어진 『이바나』의 조각들은 텍스트에 대해 말하는 텍스트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다. 텍스트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의식은 끊임없이 내부로 틈입하며, 작품 속 인물들은 당연히 이에 완강히 저항한다.
언어란 매혹적이기는 하나—자신을 덧칠할 수 있다는 점에서—매우 불완전한 정보전달수단이다. 일차적 언어로서 이바나를 말하면 누구나 그것이 무엇인가의 이름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차적 의미로서의 이바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언어는 불완전하고 제한적이며 심지어 빈약하다. (…) 결국 언어로 전달되는 이바나는 방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말과 오해이며 과장이고 소문이다. _97~98p
“이것은 침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이바나』는, 지금은 오래전부터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작가가 처음으로 독일로 떠나 있던 동안 쓰여진 소설이다.
침묵이란 곧 비밀이다. 그러므로 침묵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은 얼치기 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에 나는 좀 괴로웠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보다는 덜 바보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익명의 이니셜이거나 혹은 규정되지 않은 모호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살아간다, 라는 말을 나는 그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 라고 표현한다. 과오의 유무나 내용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설사 침묵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들이 살아 있음으로 인해 치르는 대가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과거 망각됨에 다름아닌 침묵을 찾아 떠났던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는’ 사람이 되어 굳건하게 제 자리를 찾은 듯 보인다. 이 세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해 보이려던, 이미 충분히 낯설고 새로웠던 그의 어떤 문장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언어와 침묵과 이 세계와 그리고 음악에 대해 드러나는 작가의 사유는 자연스레 작가의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이 처음 출간된 2002년, 문학평론가 손정수는 “『이바나』는 배수아 소설세계의 한 정점에 해당”하며, “새로운 국면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또한 “『이바나』에서 펼쳐지는 의식의 모험은 우리 소설사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단연 문제적”이며 바야흐로 배수아의 새로운 출발을 예감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고 평한 바 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그사이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궤도에 정착한 듯 보이는 작가의 자장 안에서 우리는 기꺼이 유영하려 한다.
“배수아는 하나뿐이다”
“배수아의 소설에는 상투적인 인물, 상황, 대사, 통찰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배수아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 상황, 대사, 통찰은 오직 배수아의 소설에만 나온다. 그래서 배수아는 하나뿐이다”(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마음산책, 2018)
배수아의 텍스트는 낯설고 불안하고 불온하며 이질적이고 불길해서 오히려 쉽게 매혹당하고, 얼핏 그 독보적인 스타일만을 이야기하기 쉽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만큼 예민하고 섬세하게 한 인간의 내면을 끄집어내 보일 수 있을까 갸웃거리게 만든다.
꽤 긴 시간 절판되었다가 새롭게 출간된 그의 네 작품에는(『철수(1998)』, 『이바나(2002)』, 『동물원 킨트(2002)』, 『독학자(2004)』 이러한 작가의 매력이 그대로 녹아 있는데다, 2025년 현재의 ‘배수아’라는 텍스트를 떠올릴 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의 저 낯섦은 지금도 여전히 한없이새롭고,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묘하게도 지금의 배수아와 겹쳐진다.
다시 한번,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저 ‘단언’은 작가가 등단한 지 삼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뿐더러, 오늘에 이르러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쓴다. 이미 사라져버렸으나,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그렇게 우리의 모든 인생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고, 언어를 필요로 한다. 언어가 없이는 삶의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 당연한 일이지만, 진실로 침묵할 수 있었던 사람을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 침묵이란 결국 망각됨이므로. _98p
"우리는 이바나와 함께 있었다. 나는 K와 함께 있었고 K는 잠과 함께 있었다. K는 잠을 원했고 나는 침묵을 원했다."
우리가 이바나, 하고 말하는 것은 집시, 라고 불리는 한 마리 개와, 그리고 나머지 분석되지 않은 체험을 의미한다. 그때,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떠났고 아는 사람이 없는 방식으로 살기를 원했다. 그것은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저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사용하는 이방인이 간다. _7p
‘나’와 K는 이바나와 함께 13개월 동안 이국의 도시를 여행한다. 목적지도 없고, 희망사항도 없다. 부유하는 듯한 이 여행은 작가가 말한 ‘침묵’의 다른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이바나’는 이 여행을 함께한 중고 자동차의 이름인 동시에, ‘우리’가 여행한 몰락해가는 어느 이국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며, 여행 후 ‘나’와 K가 함께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부모님의 친구이자 한때 나의 연인이었던 Y의 이름이기도 하며 B가 잠시 머문 곳에서 그곳 사람들이 안부를 궁금해하는 미지의 존재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다른 무엇의 이름일 수도 있다.
‘이바나’와의 여행은 또한 글쓰기의 행적이기도 한데, 이 글쓰기의 여행은 난해하고도 기괴하다.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처럼 뒤틀리고 어긋나면서 『이바나』를 이루고 있는 50개의 조각들은 일관된 서사의 한 줄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이 흩어진 『이바나』의 조각들은 텍스트에 대해 말하는 텍스트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다. 텍스트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의식은 끊임없이 내부로 틈입하며, 작품 속 인물들은 당연히 이에 완강히 저항한다.
언어란 매혹적이기는 하나—자신을 덧칠할 수 있다는 점에서—매우 불완전한 정보전달수단이다. 일차적 언어로서 이바나를 말하면 누구나 그것이 무엇인가의 이름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차적 의미로서의 이바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언어는 불완전하고 제한적이며 심지어 빈약하다. (…) 결국 언어로 전달되는 이바나는 방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말과 오해이며 과장이고 소문이다. _97~98p
“이것은 침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이바나』는, 지금은 오래전부터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작가가 처음으로 독일로 떠나 있던 동안 쓰여진 소설이다.
침묵이란 곧 비밀이다. 그러므로 침묵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은 얼치기 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에 나는 좀 괴로웠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보다는 덜 바보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익명의 이니셜이거나 혹은 규정되지 않은 모호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살아간다, 라는 말을 나는 그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 라고 표현한다. 과오의 유무나 내용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설사 침묵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들이 살아 있음으로 인해 치르는 대가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과거 망각됨에 다름아닌 침묵을 찾아 떠났던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는’ 사람이 되어 굳건하게 제 자리를 찾은 듯 보인다. 이 세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해 보이려던, 이미 충분히 낯설고 새로웠던 그의 어떤 문장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언어와 침묵과 이 세계와 그리고 음악에 대해 드러나는 작가의 사유는 자연스레 작가의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이 처음 출간된 2002년, 문학평론가 손정수는 “『이바나』는 배수아 소설세계의 한 정점에 해당”하며, “새로운 국면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또한 “『이바나』에서 펼쳐지는 의식의 모험은 우리 소설사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단연 문제적”이며 바야흐로 배수아의 새로운 출발을 예감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고 평한 바 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그사이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궤도에 정착한 듯 보이는 작가의 자장 안에서 우리는 기꺼이 유영하려 한다.
목차
이바나 7
작가의 말 179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름이 가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그것이 연상시키는 것의 범위는. 세계는 언어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언어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이외의 것도 지배한다. 언어 이전이나 이후의 세계란, 어쩌면 없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열정이고 지성이며 향수와 상상력이고 사유와 경험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모든 사람들의 축적된 과거이고 갈증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그것을 처음으로 알아보고, 발견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발음했다. 그들은 서로의 침묵을 깼다. 그들은 전율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이, 그 목소리가 영혼을 건드리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서로의 발자국 아래에 가서 누웠다.
거기 있는 것처럼, 거기 있는 것을 믿는다. 거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 마침내는 ‘있다’라는 것이 왜 ‘없다’와 다른 단어로 표현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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