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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27166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2-03-09
책 소개
목차
프리
플라워
그레이프
울버린
엔젤
두이
디엠 큐 딕디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갑자기 빌리가 웃기 시작했다. 다른 놈들도 따라 웃었다. 순식간에 화장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미키 무리에게 이런 일을 당한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알면서도 나는 미키가 필요했다. 나는 미키에게 중독되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미키의 힘이 필요했다. 인정한다. 나도 순정하지는 않았다. 웃음소리가 긴 관을 통과하듯이 웅웅 울리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들 속에 미키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나의 길고 긴 생애 16년 동안 나를 가장 쓸쓸하게 만든 웃음소리였다. 그래서 나도 화장실 바닥에 누운 채 웃을 수밖에 없었다.
- 「프리」중에서
세상은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아니 내가 죽고 나서도 어쩌면 영원히 시시껄렁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이보다 더할 수 없이 시시한 나 같은 왜소한 체격의 필리피노는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나도 알고, 빠스터도 알고, 리사도 알고, 나이 어린 한국인 유학생들까지 다 안다. (중략) 여기 산타로사빌리지의 필리피나 가정부들은 모두 라구나를 떠나고 싶어 안달들이다. 홍콩이나, 쿠알라룸푸르나,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거기 가면 도대체 뭐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젠장!
- 「그레이프」중에서
나는 에스컬레이터의 요철 모서리에 내 머리칼들이 빨려 들어가는 어느 순간에도 블랑슈의 안전을 생각했다. 블랑슈가 다치지 않기를, 블랑슈의 노란 원피스가 찢겨져나가지 않았기를, 블랑슈가 놀라지 않았기를, 오직 블랑슈만을 걱정했다. 그러니 당신은 나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나를 잊어서도 안 된다. 여기 마닐라 남부 라구나 구석에서 태어나 소망이라고는 오직 마닐라시티에 한번 구경 가보는 것이 전부이던 나를, 당신의 가정부로 선택되어 기뻐했던 나를 당신은 사랑해야 한다. 당신이 나를 데려온 곳은 ‘엔젤’이었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요철 칼날이 내 등을 가르는 순간 나는 문득, 생각한다. 당신은 나에게 무엇인가?
- 「엔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