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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7905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7-08-23
책 소개
목차
앨리스의 도시
버드
유령 버니
줄리의 심장
아메리칸 빌리지
파인애플 도둑
디스코의 나날
해설|질주하는 불안의 해방적 상상력 _이은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앨리스의 도시」
“지난밤 악몽을 꾸셨군요.”
그는 두어 걸음 뒷걸음질 치며 화들짝 놀랐다. 그에게 말을 한 것은 검은색 해초가 아니라 처음 보는 여자였다. 유령이라도 본 얼빠진 표정으로 여자의 얼굴을 보고 다시 놀랐다. 한눈에도 차가워 보이는 미인이었는데 표정이 어둡고 음울했다. 그에게 결코 먼저 말을 건넬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가 모르는 여자였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등 뒤로 엄습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당황스러웠지만 아무 일도 아니라고 주문을 걸듯 태연하게 손으로 이마를 쓸었다. 손바닥에 축축한 땀이 배어 나왔다. 그의 입에서 난데없이 바람이 빠지는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자를 거칠게 뿌리치고 그가 가던 길을 가면 그만이었다. 그는 강한 의지를 담은 눈빛으로 여자를 쏘아보았다. 여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당황과 혼란에 빠진 것은 그였다. 여자는 그에게 접근한 순간부터 줄곧 흔들림 없이 집요했다.
「버드」
새는 날개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마지막으로 온몸을 쥐어짜 가녀린 울음을 울고는 작은 눈꺼풀을 감았다. 그 순간 아내가 침대에서 쓰러지듯 주저앉아 울음을 토해내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뛰쳐나가 아이 방문을 열어보았다.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이의 장난감과 기저귀와 모빌과 욕조가 모두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아이는 분명 나아서 퇴원했는데. 아이가 혹시 병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머릿속에 수십 개의 종이 한꺼번에 울리는 것 같은 환청에 휩싸인 채 울고 있는 아내의 머리에서 하얀색 리본 핀을 발견했다. 그럴 리가 없어. 모두 미쳤어.
뚱보 여자아이는 어린 새의 주검을 조심스럽게 두 손에 감싸 안았다. 말없이 지켜보던 남자는 이 집에 온 중요한 임무가 끝났다는 듯 그와 아내를 바라보았다.
“이 새는 우리와 함께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