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449717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3-11-20
책 소개
목차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엄마의 시신이 검정 가방에 담겨 들것에 실려 나왔다.
그의 이름은 미나. 미나 리였다.
그랬다. 그가 바로 마고의 엄마였다.
미나는 찌개를 한술 떠 후후 분 다음, 세상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맛의 음식을 입에 넣었다. 짭짤한 된장 맛이 혀에 퍼지는 순간 온몸이 찌르르 회복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마치 머릿속에 한 무리의 보라색 봄 야생화가 활짝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부모님을 잃은 뒤 처음으로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그때 한 노인이 흙길 가에 서 있던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 된장찌개를 먹이고는 다시 길을 혼자서 찾아가게 했다. 당시 엄마 생각 때문에 음식을 먹으며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났다.
“미스터 김.”
그가 뒤를 돌았다. 얼굴이 초췌하고 눈가에 피로가 가득했다.
미나는 그에게 다가갔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볼 때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큼은 떨어져서 섰다.
“그 아이 지금 아픈가요?”
“누구 말씀이세요?”
“마리오요.”
“아, 아뇨. 그 아인…….” 그는 혹시 뒤에 누가 오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추방당했어요. 본국인 멕시코로.”
그 순간 미나는 손에 들고 있던 알루미늄 캔만큼이나 차가운 거리감을 그에게 느꼈다. 불현듯, 그걸 집어던져 이 잔인한 형광등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요?”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마 이제 두 번 다시 마리오를 못 보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