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51901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11-29
책 소개
목차
양푼이
예은의 모든 처음
보민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과 얼룩말
종희의 결심과 노란 파파야
시래는 짭조름한 바닷물을 향해 간다
열여섯과 열일곱 사이에서, 해피 뉴 이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이다.
네 고통은 네 고통이고 내 아픔은 내 아픔이라고 딱 잘라 구분 짓는 일. 몸과 마음이 곯은 너를 두고 깊은 밤 혼자 곤히 잠드는 일. 윤예은과 손보민, 전종희와 최시래가 서로의 외로움과 슬픔과 상처를 외면하는 일.
그것은 양푼이 안에서 밥 한 톨까지 세세하게 섹션을 나누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만 네 거니까 잘 살펴 드세요,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냉정한 일이었다.
“울지 마, 예은아. 앞으로 내가 더 잘해 줄게, 응?”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주는 예은과 함께 바다에 빠진 사람이 아니었다. 한주는 모래사장에서 예은을 바라보며 밧줄을 던져 주는 인명 구조 요원에 가까웠다. 함께 저지른 일인데도 한주는 괜찮고 예은은 괜찮지 않았다. 예은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인데 반대로 한주는 예은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 낸 사람처럼, 그래서 예은을 꼭 책임져 주어야 할 것처럼 굴었다. 그 간극을 예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은은 테스트기를 검은색 편의점 봉지에 넣고 묶은 뒤 쓰레기통 깊숙한 곳에 쑤셔 넣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불안이었다. 그러고는 가붓하게 밖으로 나와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는 시래에게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래.”
허리를 굽혀 손을 씻는 예은의 뒤통수에 시래가 가만히 손바닥을 올렸다. 시래의 손이 무척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