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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756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4-05-10
책 소개
목차
검은 말
서울 장미 배달
악단
초록 땅의 수혜자들
빨간 캐리어
사하라의 DMZ
푸른 생을 위한 경이로운 규칙들
해설 | 런, 리셋, 리플레이 · 김보경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기 보이니?”
그녀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 울창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 주변으로 새들이 빙빙 날아다녔다. 검은빛을 띠는 머리통과 날개 쪽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샛노란 새들이었다. 나는 정체 모를 두려움에 질식할 것 같았다.
“새를 쏘지 마세요.”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녀에게 외쳤다. 그녀가 총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럴까?” 그녀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내 표정은 굉장했을 것이다. “제발요.” 그러나 그녀는 나를 보지도 않고 부드럽게 총을 들어 올렸다.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며 어떤 새를, 너무나도 불쌍한 어떤 새를 겨냥했다. 순진한 새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짹짹거렸다.
나는 욱신거리는 온몸을 일으켜 세우며 그네를 바라보았다. 빈 그네가 아이 없이 혼자 철컹철컹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부터 내가 있는 곳까지 온몸으로 쓸어 만든 자국이 보였다. 내 체구만큼 자그마한 붓질이었다.
뭐,
어찌 됐든 이건 내 무대였다.
―「서울 장미 배달」
달리는 동안, 아이들의 노래와 가을의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다. [……]
그 끔찍한 협동 노래는 어떤 복잡한 저주나 주문 같았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악보 속에 갇혀 있었다.
이제 나는 이야기 바깥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기록했던 모든 것들, 내가 보고 느끼고 노래했던 그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러자 어떤 목소리가 비명처럼 내 머릿속에 날아들었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이대로 사라질 순 없어.
―「불타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