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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4057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5-06-10
책 소개
목차
무덤을 보살피다 김지연
인터뷰 김지연×이소
방랑, 파도 이서아
인터뷰 이서아×홍성희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함윤이
인터뷰 함윤이×소유정
리뷰
책속에서
화가 난 남자의 목소리가 반향을 일으키며 울렸다.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안절부절못하더니 양동이를 발로 걷어찼다. 양동이는 그대로 물에 빠졌다. 사료가 가득 든 양동이가 물에 잠기자 생선들은 거기로 달려들었다. 그리 깊지도 않은데 어두워서인지 물은 검게만 보였다. 화수는 생선들이 푸드덕거리는 소리, 축축한 공기, 피부에 성가시게 들러붙는 것 같은 비린내, 미친 듯이 뻐끔거리는 입들, 이마의 혈관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남자를 더는 참고 봐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남자가 왜 화가 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딜 가!”
문으로 나가려는 화수의 팔을 남자가 잡았다.
“어딜 만져요!”
―김지연, 「무덤을 보살피다」
이것은 신의 관점이다.
신의 관점에서 우리는 작은 새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의 관점을 따라 하는 것, 그건 불경하고 쓸쓸한 짓이다.
나는 이대로 눈을 감고 잠에 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드를 타고 햇빛을 맞으며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많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자, 이제 나가자. 바다 밖으로.”
어느새 보드가 해변 가까이 흘러와 있었다.
―이서아, 「방랑, 파도」
선화는 말했다. 때로는 그것이 어떤 가르침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모든 책에서 구원은 적의 공습 뒤에 찾아왔다. 적들이 온다는 것은 긴긴 괴로움으로 뭉쳐진 기다림,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 기다림이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선화는 매일 찾아오는 이들을 유심히 살폈다. 산을 타고 올라와 그들의 이 고된 기다림을 끝내줄 사람을 기다렸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만난 게 대단한 운명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