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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38739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5-12-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
서 있는 사람
디아스포라
그곳에 가고 싶다
태양이 머무는 곳
핸드폰 도둑
보르헤스 추억
새우깡
굿 잡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 대한 다섯 가지 해석
한없이 갈라지는 시간의 틈에 대하여
뿌리
사라진다
돈다닝께
거식증
에볼라
2
나주집에서의 만남
아스팔트에 눌어붙은 남자
풀잎의 노래
지하 도시
티라노 전문 요리사
유령 방송국
백분토론 유감
디지털맨
짝퉁들
내가 모를 줄 알고
코끼리 사전
거짓말의 탄생
고독과의 불편한 동거
표절?내력(來歷)
표절?보유(補遺)
3
좌우에 대한 숙고
온달씨네 집
집 버리기
이명(耳鳴)에 살다
뜸들이다
베끼다
그림자가 없다
동시에
배신자들
달빛 항아리
길이 멈춘 곳
꽃다지
병신들아, 날 좀 사랑해줘
미친 하루
아름다운 시절
4
후일담
팔월의 정원
시월 어느 날
벽
하루살이
체
꽃이 경계를 넘는다
흰 눈에 대한 의혹
사랑도 없이
밤의 노래
소리들
무거운 섹스
행방불명
서어나무 숲에 간다
십 년 그리고 영원을 위한 하루
저자소개
책속에서
보르헤스가 세상을 뜨기 전, 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그의 문학에 매료된 나는 용감하게도 아르헨티나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요. 당신의 소설은 마치 ‘시’ 같다, 서사와 상상의 울림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등등, 칭찬을 하고 나서, 나의 시집 『유령들』을 당신이 근무하는 ‘바벨의 도서관’에 기증하고 싶다, 뭐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로부터 국제우편 답장이 왔고, 이것 때문에 한 열흘은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요. (아마도 앞을 못 보는 그를 대신해 비서가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답장의 내용은 단 석 줄이었습니다.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죠. “당신 시집 기증에 감사한다./ 우리 도서관에 백 년 동안만 보관하겠다./그다음에는 다시 찾아가기 바란다.”
-「보르헤스의 추억」전문
엄마 해봐, 음~ 마~, 아기가 엄마를 베낄 때
엄마는 아기를 벗긴다.
우리들은 베끼고 벗기면서 서로 닮는다. 거미줄을 베껴 방탄복을 만들고, 나뭇잎을 벗겨 태양 전지판을 만든다. 달팽이를 베껴 접착제를 만들고, 나비 날개를 벗겨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든다. ‘자기야, 날 벗겨봐.’ 애인들은 밤마다 서로를 베낀다. 뜨겁게 엉킨 몸 위로, 자박자박 천 년이 흘러가고, 중세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제국의 시대로 넘어간다. 간혹 혁명이 일고, 가끔은 미래로 밀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리 없이 감춘다.
내가 너를 은밀히 베끼는 사이
너도 나를 살포시 벗긴다, 불륜의 뜨거운 밤,
표절의 공범이 된다.
-「베끼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