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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88954640657
· 쪽수 : 175쪽
· 출판일 : 2016-05-18
책 소개
목차
서문-이 작업은 기록이 아닌, 기억에 관한 것이다 8
일러두기 10
<쉿!> 13
01 최지연(1980년, 8세) 14
02 김은영(1980년, 8세) 15
<간첩> 17
03 조승기(1980년, 10세) 18
04 이정록(1980년, 10세) 20
05 김용태(1980년, 9세) 21
<퍽!> 23
06 정제호(1980년, 8세) 24
07 김용선(1980년, 12세) 25
<피가 모자랍니다> 27
08 정상욱(1980년, 13세) 28
09 정광훈(1980년, 13세) 29
10 장OO (1980년, 13세) 30
<아무것도 못 봤어요> 33
11 소영환(1980년, 10세) 34
12 나용호(1980년, 10세) 35
<그 눈빛을 나는> 37
13 강신철(1980년, 11세) 38
14 문종선(1980년, 10세) 39
<다 끝난 일> 41
15 노상수(1980년, 13세) 42
16 박종식(1980년, 11세) 43
17 최창호(1980년, 9세) 44
18 박수미(1980년, 11세) 45
<학교는 쉽니다> 47
19 조호성(1980년, 11세) 48
20 윤일선(1980년, 11세) 49
<오메오메> 51
21 정지선(1980년, 11세) 52
22 김건(1980년, 11세) 53
23 박지민(1980년, 8세) 54
24 김원(1980년, 11세) 55
<내가 봤어> 57
25 홍성호(1980년, 12세) 58
26 정재운(1980년, 12세) 59
<두근두근> 61
27 이장곤(1980년, 10세) 62
28 이승희(190년, 10세) 63
29 박현민(1980년, 10세) 64
30 나상선(1980년, 10세) 65
<군인은 원래 우리 편인데> 67
31 정재명(1980년, 10세) 68
32 정명운(1980년, 9세) 70
33 박진홍(1980년, 10세) 71
<나중에 괜찮을까?> 73
34 강성경(1980년, 10세) 74
35 김이강(1980년, 12세) 75
<우…와!> 77
36 강선아(1980년, 12세) 78
37 문영학(1980년, 12세) 79
38 강채민(1980년, 12세) 80
39 나진근(1980년, 12세) 81
<잊혀지지가 않아> 83
40 곽은영(1980년, 9세) 84
41 송명재(1980년, 11세) 85
<두두두두두두두> 87
42 김강미(1980년, 11세) 88
43 서상석(1980년, 12세) 89
44 한서희(1980년, 12세) 90
45 김선미(1980년, 8세) 91
<유언비어> 93
46 차수진(1980년, 13세) 94
47 최혜경(1980년, 13세) 95
48 최혜원(1980년, 8세) 96
49 소유정(1980년, 7세) 97
<우리나라, 만세> 99
50 염수인(1980년, 8세) 100
51 이형석(1980년, 9세) 101
<어째서?> 103
52 정선화(1980년, 8세) 104
53 최귀성(1980년, 9세) 105
54 고성주(1980년, 9세) 106
55 김O O (1980년, 13세) 107
<6?25보다 더> 109
56 김현희(1980년, 13세) 110
57 정용재(1980년, 11세) 112
58 고정화(1980년, 11세) 113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115
59 김종원(1980년, 12세) 116
<휴!> 119
60 김옥희(1980년, 11세) 120
61 강석(1980년, 13세) 122
62 김정중(1980년, 13세) 123
<도망쳐!> 127
63 송민주(1980년, 13세) 128
64 주라영(1980년, 8세) 131
<빨갱이, 새끼들> 133
65 강혜련(1980년, 13세) 134
66 김현대(1980년, 12세) 136
67 정영남(1980년, 13세) 137
<어떡하지?> 139
68 정종민(1980년, 13세) 140
69 하형우(1980년, 13세) 141
70 문영란(1980년, 13세) 142
71 윤세영(1980년, 8세) 143
<용기> 145
72 박국희(1980년, 10세) 146
73 박상순(1980년, 8세) 147
<탕!> 149
74 김보수(1980년, 11세) 150
<축제 아닌 축제> 153
75 오진하(1980년, 11세) 154
76 김동훈(1980년, 11세) 155
<도와주세요> 159
77 차정섭(1980년, 9세) 160
78 배충환(1980년, 12세) 161
<방탄솜이불> 163
79 임재환(1980년, 12세) 164
80 최환석(1980년, 12세) 166
5·18 상황 일지 167
해설-골목, 기억의 틈을 메우는 목소리 송수정(독립큐레이터) 17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작업은 기록이 아닌, 기억에 관한 것이다
5·18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광주 사람이니 잘 아시겠죠”라는 말이 붙는다. 그럴 때면 나는 “그때 저 죽을 뻔했어요”라고 농담처럼 답하곤 했다.
당시에도 나는 무등산 자락에서 살았다. 광주 시내가 봉쇄되는 바람에 우리는 우리대로 고립된 처지였다. 18개월 된 아기였던 나는 홍역에 걸렸고,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을 고비를 겪었다고 한다. 물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나 초등학교에 입학했잖아.” 언니는 여덟 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니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기억이 긴 바늘이 되어 푹, 하고 나를 찔렀다.
그때 국민학생이었던 언니와 오빠들은 지금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이것은 5월 광주에 관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거대 담론에 대한 작업은 아니다.
이 작업을 위해 나는 중심이 아닌, 주변의 기억을 수집하기로 했다. 대상은 마흔을 갓 넘은 이들로, 당시 초등학생의 나이로 한정했다. 2년에 걸쳐 해당 연령의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어렵사리 그중 80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30년이 더 지난 일이다. 어떤 기억은 흐릿해졌고 어떤 기억은 덧대고 기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남아 있는 어떤 인상들은 어제의 것처럼 생생했다.
그들의 기억은 어린아이들의 불완전한 기억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비록 어렸지만, 5·18에 대해 듣거나 읽은 게 아니라 직접 보고 겪었다. 그러니 아이들의 기억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한 부분을 보여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내가 어린이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그들은 현장에 있었지만 누구도 도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들의 증언 속에는 당시 시민들의 용기와 희생 같은 숭고한 꽃들뿐만 아니라 혼란, 불안, 공포, 분노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까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는 증언 사이사이에 묻어난 그들의 철없는 아이다움에 한량없이 고마웠고, 그들의 이상하고 섬뜩한 어린 날의 파편에 속절없이 아파했다.
나는 여전히 잘 모른다. 이 비극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이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게다가 경험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 아닌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타인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그러니 완전히 전달할 수도 없을 터다. 그래서 노력했다.
나는 그들이 살았던 골목골목을 걷고 또 걸었다. 사라진 집들만큼이나 남아 있는 집들도 많았다. 그 엄혹한 열흘 밤낮 동안 누군가의 가족을 오롯이 품었을 집들, 오랜 시간을 견뎌내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를 지닌 벽들. 시나브로 하나하나의 기억들이 내 안에서 용해되고 발효되었다. 그러자 골목 안의 벽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모자란 작업을 위해 기꺼이 기억을 꺼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16년 5월
문선희
시체들을 많이 봤어요. 소방차 뒤에 시체를 실어가지고 왔다갔다하는 걸요.
그리고 옆집 살던 아저씨가 군대에서 기관총 사수였던가봐요. 트럭 위에 담요를 깔고 시
민군들에게 총을 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증심사 올라가는 다리에서요. 평화맨션 앞 소태동 다리였어요.
밤에는 총소리가 엄청 났어요. 그래서 잘 때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보면 총알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요. 탄피 가지고 친구들이랑 따먹기 놀이도 많이 했어요. 그때는 길에 분해된 총기들도 많이 버려져 있었어요.
설월여고 자리가 원래 밤나무숲이었는데 거기서 시내가 잘 보이니까 교전하려고 수류탄 찬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렸어요.
또 한번은 삼립 빵 차가 길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시민군들이 협조 좀 하라고 빵 차를 세워가지고 사람들에게 빵은 나눠주고, 그 차를 가져갔어요.
사람들이 버스에서 “전두환 물러가라, 물러가라” 노랫소리를 했고, 어디선가 “간첩이 나타났다!”고 소리가 들리면 동네 아이들이랑 막 쫓아다니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옥상에서 놀고 있었는데 헬기가 갑자기 문을 열고 우리 쪽으로 기관총을 쐈어요. 무서워서 얼른 엎드렸는데 형이 공포탄이라고 내려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침에 형이 세수를 하는데 갑자기 ‘빡’ 소리가 났어요. 보니까 밖에서 날아든 총알이 벽에 박혀 있었어요. 형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망정이지 고개를 들고 있었으면 형 머리에 맞을 뻔했어요. 그때는 정말 깜짝 놀랐죠.
_ 「김용선 (1980년, 12세)」전문
어머니가 솜이불을 꺼내서 벽을 다 덮으셨어요. 그리고 창문 바로 아래쪽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잤어요. 총알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창문 바짝 아래서 잔 거죠. 밤에 총소리가 많이 났거든요. 그때 양옥집 2층에 살았는데 화장실이 1층에 있었어요. 화장실에 가려면 밖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밤에 화장실 갈 때 보면 빨간 불빛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것이 보였어요. 그 빨간 불빛이 인상적이었죠. 당시엔 어렸으니까 불꽃놀이 같기도 하고.
_ 「조호성 (1980년, 11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