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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97971921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3-07-28
책 소개
목차
인트로_구조 요청
어린 고라니의 초상
마주치다
마음의 잔상
야생의 삶
봄의 탄생
너의 이름들
경계의 전쟁
사라지는 숫자들
자연의 균형추
고라니에게 인간은
마주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틈새의 삶
여름의 어린 생명
연결된 시간들
비무장지대에서
드러나는 얼굴들
생사의 교차점
안녕을 위한 의식
어른 고라니의 초상
추천의 글
끝내 사랑하는 꿈, 눈이 찾는 빛_정혜윤
도착할 수 없는 편지는 사라지는가?_장혜령
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인간적인 길_김산하
아우트로_생명의 편에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라니는 유해야생동물 구제사업으로 3분마다 한 마리씩 총에 맞아 죽는다.
2014년에 총에 맞은 고라니는 3만 6,296원어치의 농작물을 먹어 치운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2018년에 총에 맞은 고라니는 1만 4,869원어치의 농작물을 먹어 치운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고라니 목에 내건 현상금은 3만 원인데, 2015년부터는 현상금으로 지급된 비용이 고라니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보다 많았다. -‘경계의 전쟁’ 중
모든 야생동물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산을 허물고 도시를 넓히고 도로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고라니의 생태는 존중되지 않는다. 고라니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다. 태곳적부터 살아온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하고도 오히려 불청객으로 내몰린다. 인간의 허영은 고라니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고, 농작물과 아닌 것을 구별하고,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들만 먹기를 바란다.
생태계의 포식 행위는 균형 잡혀 있다. 육식동물들은 자신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만큼만 사냥한다. 하지만 시스템은 다르다. 농민들이 화가 나서 달려가면 시스템은 가차 없이 작동한다. 징벌이 미진할 경우 농민들은 거듭 항의할 수 있지만, 징벌이 과도해도 고라니들은 항변할 수 없다.
고라니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들었다. -‘고라니에게 인간은’ 중
초여름이 되면 그해 봄에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를 잃어 구조센터로 밀려든다. 구조된 아기 동물들은 개체를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을 매달고 비슷한 종이 모여 있는 방으로 배정된다. 고라니와 노루는 같은 사슴과라서 한 방이다.
구조센터에 들어온 아기 사슴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긴다.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으면 한데 뭉쳐 서로의 몸에 고개를 파묻는다. 고라니든 노루든 이질감 없이 섞여, 체온을 나누고 위험을 분산시킨다.
아기 사슴들은 인간의 손길을 두려워한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구조 상황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그러나 우유를 먹이는 일이 반복되면 그들은 차츰 상황에 적응해간다.
재활 관리사들이 따뜻하게 데운 젖병을 들고 들어오면 우유 냄새를 맡은 아기 사슴들이 모여든다.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는 녀석들도 있다. 직접 우유를 먹여보면, 젖병을 빠는 힘이 어찌나 좋은지 젖병을 들고 버티는 게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모두 같은 반응인 것은 아니다. 어떤 아기 사슴들은 유혹적인 우유 냄새와 시끌벅적한 소란에도 그대로 숨어 있었다.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야생성을 간직한 아이들은 체구가 작다. 덜 먹기 때문이다. 재활 관리사들은 그런 개체들도 빠뜨리지 않고 우유를 먹인다. 겁에 질린 아기 고라니가 입을 닫은 채 계속해서 젖병을 밀어내면, 재활 관리사는 그 고라니를 살포시 품에 안고, 입을 살짝 벌려 입속으로 솜씨 좋게 젖병을 밀어 넣는다. 우유 맛을 본 아기 고라니는 그제야 입을 오물거리며 조금씩 젖병을 빤다. 인간의 관심과 정성으로 가녀린 생명이 이어지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여름의 어린 생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