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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40718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6-05-25
책 소개
목차
1─나
─ … 9
문 … 15
강보 … 18
배내옷 … 20
달떡 … 22
안개 … 26
흰 도시 … 29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 34
빛이 있는 쪽 … 35
젖 … 37
그녀 … 38
초 … 39
2─그녀
성에 … 47
서리 … 48
날개 … 49
주먹 … 50
눈 … 51
눈송이들 … 54
만년설 … 56
파도 … 58
진눈깨비 … 59
흰 개 … 60
눈보라 … 63
재 … 66
소금 … 67
달 … 69
레이스 커튼 … 71
입김 … 72
흰 새들 … 73
손수건 … 76
은하수 … 77
하얗게 웃는다 … 80
백목련 … 81
당의정 … 82
각설탕 … 83
불빛들 … 85
수천 개의 은빛 점 … 86
반짝임 … 87
흰 돌 … 88
흰 뼈 … 89
모래 … 90
백발 … 91
구름 … 94
백열전구 … 95
백야 … 96
빛의 섬 … 97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 98
흩날린다 … 100
고요에게 … 101
경계 … 104
갈대숲 … 106
흰나비 … 108
넋 … 109
쌀과 밥 … 111
3─모든 흰
─ … 117
당신의 눈 … 118
수의 … 120
언니 … 121
백지 위에 쓰는 몇 마디 말처럼 … 123
소복 … 124
연기 … 125
침묵 … 126
아랫니 … 127
작별 … 128
모든 흰 … 129
리뷰
책속에서
◐
마침내 혼자 아기를 낳았다. 혼자 탯줄을 잘랐다. 피 묻은 조그만 몸에다 방금 만든 배내옷을 입혔다. 죽지 마라 제발. 가느다란 소리로 우는 손바닥만한 아기를 안으며 되풀이해 중얼거렸다. 처음엔 꼭 감겨 있던 아기의 눈꺼풀이, 한 시간이 흐르자 거짓말처럼 방긋 열렸다. 그 까만 눈에 눈을 맞추며 다시 중얼거렸다. 제발 죽지 마. 한 시간쯤 더 흘러 아기는 죽었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모로 누워 그 몸이 점점 싸늘해지는 걸 견뎠다.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배내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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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진눈깨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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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진 주택가 건물 아래를 걷던 늦여름 오후에 그녀는 봤다. 어떤 여자가 삼층 베란다 끝에서 빨래를 걷다 실수로 일부를 떨어뜨렸다. 손수건 한 장이 가장 느리게, 마지막으로 떨어졌다. 날개를 반쯤 접은 새처럼. 머뭇머뭇 내려앉을 데를 살피는 혼처럼.
-「손수건」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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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자주 잊었다,
자신의 몸이(우리 모두의 몸이) 모래의 집이란 걸.
부스러져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다는 걸.
끈질기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모래」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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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셨어요, 그 아이를?
스무 살 무렵 어느 밤 아버지에게 처음 물었을 때, 아직 쉰이 되지 않았던 그는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겹겹이 흰 천으로 싸서 산에 가서 묻었지.
혼자서요?
그랬지, 혼자서.
아기의 배내옷이 수의가 되었다. 강보가 관이 되었다.
아버지가 주무시러 들어간 뒤 나는 물을 마시려다 말고 딱딱하게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폈다. 명치를 누르며 숨을 들이마셨다.
-「수의」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