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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51639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8-05-31
책 소개
목차
인터뷰
푸른 코트를 입은 남자
잘못 찾아오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입니까
전화
손
오 년 전 이 거리에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
해설 | 황현경(문학평론가) 이야기 더하기 이야기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진기의 그림 속 모델이 입었던 코트가, 식당에서 만난 젊은 남자의 코트가, 남편이 제휴 카드를 이용해 할인을 받아 샀다던 코트가, 정류장에 서 있던 낯선 남자가 입고 있는 코트가 하나가 아니라 모두 다른 코트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푸른 코트가 유행이라는 사실 외에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다행일까? 나를 혼란에 빠뜨렸던 질문, 푸른 코트를 입은 남자가 누구인지는 더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었으므로. 문제는 이제 내가 무엇을 궁금해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데 있었다. (「푸른 코트를 입은 남자」)
집에 잘못 찾아오던 그들도 마찬가지다.
영영 가버린 것이 아니었다.
집에 찾아오지 않을 뿐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망상이라고 할 것이다. 집에 찾아오지 않아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데도 그들을 만난다고 하면 그것은 단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일뿐 현실이 아니므로 그 일로 인해 내가 괴로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다만 현관 앞으로 찾아오지 않을 뿐 집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잘못 찾아오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거리를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매우 선명하게 떠올릴 수가 있다. 거리에는 담배를 만 종이처럼 하얀 겨울나무가 빛도 없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가끔 경적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인파의 흐름을 간헐적으로 흐트러뜨렸다. 그 거리를 바라보며 나는 세중이 왜 전화를 받지 않는지 대신 내가 왜 그렇게 세중에게 전화를 걸어댔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또 그가 전화를 받았을 때 왜 엉뚱한 말을 하고 그냥 끊어버렸는지 물었다.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왜였을까. 그의 음성이 어색하게 들려서 주눅이 들고 당황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그와 나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 빈껍데기 같은 문장밖에 말하3지 못한 걸까. 내 진심을 전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내 진심을 그렇게 가난하고 납작하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세중의 탓이기만 할까.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