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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52827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8-08-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없는 밑줄도 이제는 지워야 할 때
기적
겨울 입술
빗금의 온도
폭설, 그 흐릿한 길
백일홍
얼굴
몸으로 쓰는 낙서
위로의 정본
터널 속에서 만난 돌
낱·말·혼·자
봉분이 있던 자리
터미널 카페
언문으로 쓰여진 밤
비와 나의 이야기
밑줄을 긋지는 않았지만
잘 익은 시
봄밤은 그에게도 유감인 듯하였다
2부 영월은 몸이 추웠다
마음의 지도
빈집
혼자 남은 돌?포로 로마노
불쑥의 표정?피렌체의 뒷골목
따뜻한 한 그릇의 말
지나온 길은 늘 멀다
검은 새 소리?인스부르크
조각 유리창이 있는 골목?베네치아의 좁은 골목들
호텔 부다페스트
다정도 병인 양
이비시엥침의 벽돌 조각
영월
저수의 역사
우도
경주
함목에 가서
풍경이 되고 싶다
3부 희미한 파도 소리를 주머니에 넣고
회산 솔밭
강릉 바람 소리
안녕! 풍전여관
안목
경포호변
아버지의 노동당사
탈상
이월 강릉
입춘
매미와 배롱
추억에 기댄 저녁
어느덧나무
정월
가랑비 오는 저녁에 닿다
산앵두나무와의 가위바위보
삼월의 속수무책
시
산비둘기가 운다
먼 길
해설 | 오래된 서정, 그 따뜻한 한 그릇의 말
| 고형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대를 등지고 긴 골목을 빠져나올 때
나는 겨울 입술을 가지게 되었다
오후 한시 방향에서 들어오는 낙뢰가
입술을 스치고 갔다
그후로 옛일을 말할 때마다
꼭 여미지 못하는 입술 사이로
쓰러지지도 못하는 빗금의 걸음을 흘려야 했다
골목의 낮은 쇠창살들은 여전히 견고했다
뱉어놓은 말들은 벽에서 녹고 또 얼었다
깨어진 사랑이 운석처럼 박힌 이별의 얼굴에는
저녁과 밤 사이로 빠져나간 낙뢰가 있더니
해가 진 일곱시의 겨울 입술은
어둠을 들이밀어도 다물 수 없도록 기울어져서
들리지 않는 말들을 넘어지지 않게 중얼거려야 했다
진실을 말해도 모두가 비스듬한 후회가 되었다
-「겨울 입술」 전문
하지만 장마 갠 하늘에
흩어지지 못한 구름 한 점이여
숨을 데 없는 하늘에 들켜버린 마음이여
너무 넓은 고요를 흘러가다가 뒤를 돌아볼까봐
구름에게 나는 몇 마디 중얼거려본다
마지막 사흘을 퍼붓던 비가 그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토록 푸른 하늘이라면
이제는 페이지의 접혀 있던 귀를 펴야 할 때
밑줄을 긋지는 않았지만 그 문장들 아래
없는 밑줄도 이제는 지워야 할 때
-「밑줄을 긋지는 않았지만」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