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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72740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0-06-1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던 초대장
서막
딩크로 살까 고민하다
우리는 왜 아기를 가지려고 했나
1막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생리중에 초음파를 본다고요?
자궁근종 수술, 내 존엄성은 어디로
호르몬 치료, 미리 겪어본 갱년기
시험관을 해서라도 아기를 가지고 싶어
과배란, 자가 배 주사의 시작
통증과 복수와의 싸움
정자와 난자를 소개팅시켜봅시다
내가 산 임테기만 불량이 아니고서야
내 몸은 아기를 품을 수 없는 몸인가
주사와 약으로 일상이 채워지고
여보, 소리를 내서 울어봐
2막
시험관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을까
경력도 아기도 놓친다면
가만히 옆에 있어준 가족들
난임 부부에게 시가란
숙모는 아기 안 낳을 거죠?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소수가 된다는 것
스트레스에 지고 싶지 않아서
하느님, 제 계획에 문제가 있나요?
3막
두 줄이다, 두 줄
쌍둥이가 왔어요
나오며, 가을. 삶의 두번째 봄
나오며, 남편. 둘에서 넷으로, 행복의 확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피임을 해제하겠다는 것까지가 두 성인의 합의에 따른 선택이었고, 그후부터 우리의 바람대로 흘러간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난임 기간이 길어지자 우리는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초대장을 들고 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아기들이 하늘 어딘가에 모여 자기가 내려갈 집을 고른다길래 남편이랑 “야! 우리집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뭐가 문젠데 왜 우리집에만 이렇게 안 와? 우린 하루하루 늙어가는데 좀 서둘러야 하지 않겠니!”라고 (심리적 피를 토하며) 농담한 적도 있다. 그러니 우리집의 경우, 우리가 아이 있는 삶을 택한 것이 아니라 아기들이 와준 덕분에 우리 부부가 아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난임 시기를 거치면서도 아이를 바라는 내 간절함이 사회적으로 주입된 욕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시험관 시술을 거듭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문할 수밖에 없다. ‘그냥 남들이 다 아기를 가지니까 나도 덩달아 갖고 싶은 건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아기를 기다리는 이유가 뭘까?’ 그러나 이 모든 의문보다 더 분명했던 사실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내 욕망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난임 부부들은 그 포기할 수 없는 마음과 싸우며 시간을 견딘다.
시험관의 첫번째 주기를 한번 돌아보고 의학적으로 남자가 기여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정말이지 놀랐다. 남자는 채취할 때만 병원에 가도 된다. 스스로 채취를 하는 거니까 마취도 안 하고 약이나 주사도 전혀 처방받지 않는다. 작은 방안에 들어가 알아서 채취해야 하는 상황도 이상한 굴욕감이 들 것 같았지만 상상만 할 뿐 굳이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았다. 병원에 딱 한 번만 가도 임신만 성공한다면 생물학적 아빠가 될 수 있다니! 왜 임신에 관련해서 인간의 몸은 이렇게 불공평하게 설계되어 있을까? 아무리 봐도 남편은 생물학적 로또를 맞고, 나는 생물학적 독박을 썼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