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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75659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언니는 혼자만 몰랐다
검은 철사 너머/ 차창의 유리가 내 얼굴에/ 송도/ 대화의 조건/ 권태/ 그 자리/ 두 겹이란 것/ 그 방의 유령/ 외포리 갈매기/ 회귀선/ 개꿈/ 묵/ 사구(砂丘)에서 시작된 이야기/ 석조원에서 돌사자가 웃고 있다/ 4월의 부사(副詞)/ 백우(白雨)/ 얼룩말
2부 아프지 않아서 자국은 깊었는데
눕듯이 서듯이 자작자작/ 새우의 방/ 겨우라는 여우/ 두 글자의 이름은 잠망경처럼/ 해빙?에스키모인의 화법으로/ 담석증이라는 투석형(投石刑)/ 이불 무덤/ 다시 칼을 찾아서/ 설상가상/ 양이 된 케이크/ 중독자(中毒者)/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선화여인숙/ 증세와 진단 사이의 참새방앗간/ 비문증(飛蚊症)/ 불면증(不眠症)
3부 강은 짐이 없고
창밖의 일들/ 형용사를 쓰는 여자/ 대한(大寒)/ 설탕이 녹는 외식/ 창과 창 사이의 힐끗/ 입양 기억/ 병뚜껑/ 아침이라는 영정사진/ 둑/ 관계에 관한 짧은 검색/ 오륙도/ 흑심/ 수생 고구마/ 역광
물고 혹은 물려서/ 휴일의 대화/ 도깨비바늘꽃/ 돌의 혀
4부 무덤덤함이 무덤같이
벨트 우체통/ 시한부/ 숨은 운명/ 세이렌 노래방/ 와서 가져가라/ 두 뼘/ 묵독(默讀)/ 반구대/ 물집/ 극야(極夜)/ 열대야/ 거울아 거울아/ 깁스라는 키스/ 병을 나눠먹는 순두부/ 연분홍 유언이 있었다/ 여주
해설| 창(窓)을 관통하여 도래하는 것들| 고봉준(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짜 나무 한 그루가 카페 한가운데 서 있다
가짜 사과를 달고 있다
사과나무 잎은 이렇게 생겼구나,
가짜를 만지작거리며 진짜를 생각한다
이 사과는 왠지 가짜 같애
진짜 같은 나무에서 가짜를 기억한다
가짜를 보면 진짜는 더욱 모호하다
가짜는 진짜를 닮으려 얼마나 애절했을까
진짜는 가짜를 놓으려 얼마나 무심했을까
―「검은 철사 너머」에서
한 페이지 넘기고 듣고
한 페이지 넘기며 따라 부르고
그런 사랑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납작해진
꽃잎을 간혹 건드려 깨워야지
딱풀처럼 잘 붙은 사랑 얘기는 다시 열지 말까?
오래 덮어둔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날이 올 테니까
꽃잎만 남기고 노래를 가져간 사람이 있다고
가물거리며 말할지도 몰라
그런데 참 이상하지?
노래와 꽃잎 이야기가 서로 나뉠 수 있다는 것
개미처럼 꼬물거리는 글자들을 암호 삼아
남이 읽지도 듣지도 못하게 밀봉해둔 유언이 있다는 것
―「연분홍 유언이 있었다」에서
당신이 사랑이라는 말을 처음 시작할 때
발에 걸리는 줄넘기 같은 저 산은
파도를 밑변으로 받치고 있었다
당신이 손을 뻗어 저 산의 뒤쪽을 얘기할 때 나는
몸속 파도가 퍼붓던 애초의 격정과
나지막한 봉분의 속삭임을 뒤섞고 있었다
당신은 그렇게 왔고 또 그렇게 떠났다
오고 또 갔다고 했지만 그곳이란 원래 없는 것
파도가 풀어내는 바다
당신이 다시 온다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해도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다 다르다고 생각할게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