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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78735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04-2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11
문 앞에 찾아온 낯선 이 … 15
세상에 띄우는 나의 편지 … 65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 117
카메오 조가비 … 161
나는 약속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야 … 235
홍어 … 293
크리스티나의 세계 … 337
작가 노트 … 365
감사의 말 … 375
옮긴이의 말 … 381
리뷰
책속에서
그가 하나는 제대로 그리긴 했다. 어떨 때는 안식처였고 어떨 때는 감옥이었던 언덕 위의 그 집은 예나 지금이나 내가 사는 곳이다. 나는 평생 그 집을 갈구하는 동시에 거기에서 탈출하고 싶어했고, 거기에 붙들려 마비된 채로 지냈다. (오랜 세월 동안 깨달은 바에 따르면 세상에는 수많은 방식의 장애와 수많은 형태의 마비가 존재한다.) 우리 조상은 세일럼에서 메인으로 도망쳤지만,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출신지에는 불변의 무언가가 뿌리내리고 있다. 아무리 멀리 떠나더라도 집안 내력이라는 굴레에서는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다. 사는 집의 뼈대 안에 이전 모든 세대의 골수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우린 저마다 감당해야 하는 짐이 있단다. 너는 이제 네 짐이 뭔지 알게 된 거야. 잘된 일이지 뭐냐. 앞으로 그것 때문에 놀랄 일이 없을 테니.”
“왜 그렇게 자꾸 집을 그리니?” 하루는 같이 부엌에 앉아 있을 때 내가 묻는다.
“아, 저도 모르겠어요.” 그는 높은 걸상 위에서 자세를 바꾸며 말한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잠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뭔가를…… 포착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집 자체가 아니라, 이 집의 느낌을요. 작가지만 화가이기도 했던 D. H. 로런스는 이런 문구를 남겼죠. ‘사물의 본체에 가까워지면 우리를 만들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는 움직임을 들을 수 있다.’ 제가 그러고 싶어요. 사물의 본체에 가까워지고 싶어요. 최대한. 그러려면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계속 점점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