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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85146
· 쪽수 : 72쪽
· 출판일 : 2022-02-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마흔두번째의 가을 / 심장론 / 상경 / 안부 / 아득한 봄날 / 시간은 / 둥그런 거미줄 / 1번 국도 / 우라노스를 위하여 / 빈 공책 / 흔들지 마 / 한 사람이 /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 번역해다오 / 천년 지복 / 이 시 / 하얀/위에/다시/하아얀 / 인터내셔널 식탁 / 제주기(濟州記) / 바오로 흑염소 / 유카 나방이 / “그릇 똥값” / 생각은 / 월하(月下), 이 빵빵한 / 백합의 선물 / 좌우지간 / 왕국 / 일점 일순 / 나는 용서한다 / 러스코의 추억 / 구토 / 한 생각으로서의 인류사 / 버추얼 리얼리티 / 돈벌레 혹은 hanged man / 또다른, 걸인의 노래 / 눈이란 무엇인가 / ? / 연인들 1 / 연인들 2 / 연인들 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누가 펼쳐놓았나.
아무것도 씌어져 있지 않은 이 빈 공책.
그 위에 깊은 눈이 내려 침묵조차,
침묵이 걸어간 발자국조차 지워져버린
이 태초의 빈 공책을.
아니 그것은 내가 지워버린 공책이다.
나는 내가 써왔던 텍스트를 모두 지워버렸다.
이제 나는 더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라고
그 위에다 나는 쓰지 않는다.
나는 다만 지워버렸고,
지워버렸다고 말할 뿐이다.
지워져버린 공책 위에 쌓인 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보고, 그리고 안다.
이제 그 위로 소리 없이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고,
그리고 그 공책은 영원히 닫혀질 것임을.
─「빈 공책」 전문
창가에서 20년 전쯤 처음 만났던 노래를 들으며
찻잔을 홀짝이다가, 나는 결정한다.
이제껏 내가 먹여 키워왔던 슬픔들을
이제 결정적으로 밟아버리겠다고
한때는 그것들이 날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신이 그것들을 얼마나 정성스레 먹여 키웠는지 이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