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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140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1-12-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4
개정판 시인의 말 7
1994년 8월
1994년 8월 28일 일요일 15
1994년 8월 29일 월요일 22
1994년 8월 30일 화요일 26
1994년 8월 31일 수요일 30
1994년 9월
1994년 9월 1일 목요일 32
1994년 9월 2일 금요일 35
1994년 9월 3일 토요일 37
1994년 9월 4일 일요일 41
1994년 9월 5일 월요일 43
1994년 9월 6일 화요일 46
1994년 9월 7일 수요일 50
1994년 9월 9일 금요일 53
1994년 9월 10일 토요일 56
1994년 9월 11일 일요일 61
1994년 9월 12일 월요일 66
1994년 9월 13일 화요일 67
1994년 9월 14일 수요일 71
1994년 9월 15일 목요일 75
1994년 9월 16일 금요일 80
1994년 9월 17일 토요일 83
1994년 9월 18일 일요일 88
1994년 9월 20일 화요일 90
1994년 9월 21일 수요일 92
1994년 9월 22일 목요일 96
1994년 9월 23일 금요일 100
1994년 9월 24일 토요일 105
1994년 9월 25일 일요일 107
1994년 9월 27일 화요일 109
1994년 9월 28일 수요일 112
1994년 9월 29일 목요일 114
1994년 9월 30일 금요일 117
1994년 10월
1994년 10월 1일 토요일 120
1994년 10월 3일 월요일 124
1994년 10월 4일 화요일 127
1994년 10월 5일 수요일 133
1994년 10월 7일 금요일 137
1994년 10월 8일 토요일 140
1994년 10월 9일 일요일 147
1994년 10월 10일 월요일 150
1994년 10월 12일 수요일 152
1994년 10월 13일 목요일 154
1994년 10월 14일 금요일 157
1994년 10월 15일 토요일 160
1994년 10월 17일 월요일 163
1994년 10월 18일 화요일 167
1994년 10월 19일 수요일 169
1994년 10월 21일 금요일 170
1994년 10월 22일 토요일 173
1994년 10월 24일 월요일 175
1994년 10월 27일 목요일 177
1994년 10월 28일 금요일 182
1994년 10월 29일 토요일 184
1994년 10월 30일 일요일 185
1994년 11월
1994년 11월 1일 화요일 189
1994년 11월 2일 수요일 193
1994년 11월 3일 목요일 198
1994년 11월 4일 금요일 201
1994년 11월 5일 토요일 207
1994년 11월 6일 일요일 210
1994년 11월 7일 월요일 217
1994년 11월 8일 화요일 227
1994년 11월 9일 수요일 235
1994년 11월 10일 목요일 236
1994년 11월 11일 금요일 240
1994년 11월 12일 토요일 248
1994년 11월 13일 일요일 249
1994년 11월 14일 월요일 252
1994년 11월 15일 화요일 254
1994년 11월 16일 수요일 262
1994년 11월 17일 목요일 268
1994년 11월 18일 금요일 275
1994년 11월 19일 토요일 280
1994년 11월 20일 일요일 284
1994년 11월 21일 월요일 287
1994년 11월 22일 화요일 290
1994년 11월 24일 목요일 292
1994년 11월 25일 금요일 294
1994년 11월 26일 토요일 296
1994년 11월 27일 일요일 302
1994년 12월
1994년 12월 2일 금요일 307
1994년 12월 4일 일요일 310
1994년 12월 5일 월요일 315
1994년 12월 6일 화요일 320
1994년 12월 7일 수요일 323
1994년 12월 8일 목요일 328
1994년 12월 9일 금요일 332
1994년 12월 10일 토요일 336
1994년 12월 11일 일요일 344
1994년 12월 12일 월요일 349
1994년 12월 13일 화요일 352
1994년 12월 14일 수요일 355
1994년 12월 15일 목요일 361
1994년 12월 16일 금요일 368
1994년 12월 20일 화요일 372
1994년 12월 23일 금요일 379
1994년 12월 24일 토요일 382
1994년 12월 30일 금요일 383
1995년 1월
1995년 1월 5일 목요일 385
1995년 1월 6일 금요일 387
1995년 1월 8일 일요일 391
1995년 1월 9일 월요일 393
1995년 1월 10일 화요일 397
1995년 1월 11일 수요일 399
1995년 1월 14일 토요일 405
1995년 1월 16일 월요일 40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 창작자로서보다는 시 번역자로서의 즐거움이 더 컸다. 어쨌거나 내가 번역한 시가 그들에게 얼마큼 통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그들이 나이든 한국 여성 시인들과 얼마나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언젠가 김혜순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원로 여성 시인이 무슨 상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추천을 위해서 김혜순과 내 시집을 어렵사리 구해 읽었는데, 김혜순의 시집을 펼쳐보니 첫 페이지부터 이놈 저놈 소리가 나오고 최승자의 시집을 펼쳐보니 첫 페이지부터 웬 배설물(그 시인은 차마 똥이라는 말도 발음하지 못하고 배설물이라는 단어로 대치했다) 타령이 나오는가, 그래서 자기 낯이 뜨거워져서 추천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나누면서 김혜순과 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더랬다. 베릴은 굉장히 늙어 보이긴 하지만 어딘가 성격 강한 배우 같은 인상을 준다. 그건 그녀의 악센트가 아주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녀의 차림새가 언제나 허름한, 그야말로 한국으로 치면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는 할머니 같은 차림새임에도 불구하고 형형한 눈빛과 쉬지 않고 퍼부어대는 얘기들, 그런 것들이 한데 뒤엉켜 굉장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첫번째 남편과는 사별했고 두번째 남편과는 이혼했고 지금 함께 사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고 그냥 친구처럼 함께 산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냥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그냥 페미니스트라는 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되. 그녀는 또 그 남자의 중풍 걸린 어머니를 돌보아주고 그 대가로 그에게서 돈을 받는다고 했다. 그건 어쨌거나 노동이니까. 그렇게 늙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활력을 갖고 있다는 게 부럽다. 나도 저 나이에 저런 활력과 생기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_1994년 9월 3일 토요일
내 원고 읽기가 끝나고 질문과 대답 시간에 클라크가 내게 특별히 무엇을 위해서, 무슨 이데올로기를 위해서 쓰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쓰지는 않는다, 내가 쓴 것이 무슨 ‘이즘’이나 무슨 이데올로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좋은 이즘이나 이데올로기라면 내 시를 이용하는 것은 양해할 수 있지만 내게 무슨 이즘이나 이데올로기를 위해서 쓰라고 한다면 나는 쓰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대뜸 네덜란드의 아스트리드가 시를 쓰고 출판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인데 그렇다면 너는 뭐 때문에 시를 써서 출판하느냐고 따졌다. 한국에서도 너무나 자주,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본 질문이다. 그러니 내 대답은 즉각적일 수밖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라는 데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이 ‘physical communication’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에 알맞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냥 피지컬이라는 단어가 느닷없이 튀어나왔는데 어디서나 반박하고 물고 늘어지기 좋아하는 아스트리드가 금세 아, 알겠다, 질문을 철회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스트리드는 어디서나 반박을 위한 반박, 반대를 위한 반대를 좋아한다. 저번에도 쇼나가 화가 나서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메이플라워 8층 코먼 룸에서 작가들끼리 무슨 문제를 갖고서 토론을 벌였는데 거기서 아스트리드가 쇼나의 견해에 집요하게 공격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때 아스트리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그런 거니까 신경쓸 것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반박이랄까 반대가 신선한 것이냐 하면 너무나 많이 들어온 소리였다. 그 점이 그녀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내 시집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첫번째 시집은 몇년(1981년)에 나왔고 지금 21쇄를 찍었으며, 라고 말할 때 거의 모든 사람이 탄성을 질렀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시집이라는 게 초판이 다 팔리면 잘 팔리는 거라니까 놀랄 수밖에 없다. 한국 작가들에게 자기 시집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몇 쇄를 찍었는지 이야기하라는 말을 전해주어야겠다. 우리나라야 워낙 시집이 잘 팔리니 어느 시인의 시집이든 그 정도는 팔릴 수 있으니까. 나중에 내가 우리나라에서는 문자 그대로 밀리언셀러 시집도 심심찮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더욱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러자 클라크가 자기가 서울에 갔을 때의 체험을 이야기했다. 아마 교보문고에 갔던 모양이다. 무슨 책방이 어찌나 큰지 완전히 지하철만큼 큰데다 책을 사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부딪치면서 다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사람들이 진짜 놀라는 눈치였다. 그건 인구가 지나치게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텐데 말이다
_1994년 9월 14일 수요일
보이가 가방에서 종이를 부스럭부스럭 꺼내더니 내게 시를 읽어주었다. 전에 수영하러 코럴빌호수에 갔던 날 쓴 시라고 했다. 거기 함께 갔던 모든 사람에 대한 언급이 한 구절씩 나왔다. 그 모든 언급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고, 다만 아미르에 관해서는 보이 역시 그의 섹시한 특성에 주목하고 있었고, 마크에 대해서는 “자연의 수도승 마크”라고 표현했고, 승자에 대해서는 “승자는 행복을 두려워한다”라고 쓰여 있었다는 게 기억날 뿐이다. 내가 보기엔 보이가 행복을 두려워하는(두려워한다기보다는 거부하는) 것 같은데, 바로 그 보이가 나에 대해 그런 말을 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도 우거지상을 하고 다니는 건가? 나의 미소 마스크를 다시 한번 윤나게 손질해야겠다.
_1994년 9월 22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