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2475394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25-03-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프롤로그·실비아 플라스
제2장 자살의 역사적 배경
제3장 자살, 그 폐쇄된 세계
제4장 자살과 문학
제5장 에필로그·해방
원주(原註)
리뷰
책속에서
학창 시절에 유난히도 마음 좋고 별로 격식을 차리지 않는 물리 선생님이 있었는데, 우스개 소리하는 투로 끊임없이 자살 얘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그마한 체구에다 넓적하고 불그스름한 얼굴과 곱슬곱슬한 회색 머리칼로 뒤덮인 큼직한 머리통, 그리고 언제나 떠나지 않는 근심이 떠도는 미소를 가진 남자였다. 대부분의 동료 교사들과는 달리,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자기 학과에서 수석을 차지했었다고 했다. 어느 날 한 수업 끝에 그가 넌지시, 누구든 목을 베어 죽으려는 사람은 언제나 세심하게 먼저 자기 머리를 자루 안에 넣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혼란이 남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 말에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이윽고 1시를 알리는 벨이 울리고 남자아이들은 모두 점심을 먹으러 떼 지어 나갔다. 물리 선생님은 자전거를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자루에 머리를 넣고 그대로 자기 목을 베었다. 큰 혼란은 없었다. 나는 그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재앙이란 그것이 마침내 닥쳐 왔을 때에는 결코 예상했던 것만큼 극심하지 않은 법이다. 그녀도 그와 같은 안도감을 갖고 글을 쓸 수 있었으며, 심지어 앞으로 다가올 공포에 미리 선수 치기 위해서인 양 쓰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녀는 어느 면에서는 이 공포야말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내내 기다린 것이며, 지금처럼 그것이 당도한 상황에는 그것을 스스로 이용해야만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파괴의 열정 또한 창조의 열정이다.” 미하일 바쿠닌은 말했다. 그건 실비아에게도 들어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분노와 고통의 감각을 일종의 축제로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