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전갈 / 거울 / 칼새 / 썩은 사과 한 자루 / 명료한 열한시 / 마녀의 사전 / 공공연한 미술관 / 접시거미 / 거울 마네킹 / 유리 구두 / 일일극 / 흐르는 빨래들 / 몽상을 찢다 / 느티나무 하숙집

2부
철쭉 / 사물의 말 / 울음 더위 / 자연 / 알리바이 / 그에게는 많은 손목시계가 있다 / 황사 / 잠자는 남자 / 여우 / 연애 / 한 잎의 파도 / 섬 / 처녀들의 램프 / 얼음땡, 나라 / 입체 카드 / 활극처럼

3부
폐원 / 티켓 자판기 / 책 / 오아시스 / 새 / 먼나무 / 추억의 스타 / 생계 / 연 / 가시나무 / 천사의 나팔꽃 / 창(窓) / 기억의 영지 / 감각기관의 붓

4부
그를 요약하다 / 음화(negative) / 포장마차 청춘극장 / 추억 마케팅 / 클럽, 아라비안나이트 / 촛불 / 당신들 / 그 나무? / 꽃 먼저 와서 / 나비 / 천국의 정원

봉투를 열자 전갈이 기어나왔다
나는 전갈에 물렸다
소식에 물렸다
전갈이라는 소식에 물렸다

그로부터 나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빙그레 웃곤 하였다
축축한 그늘 속 아기버섯도 웃었다 곰팡이들도 따라 웃었다
근사하고 잘생긴 한 소식에 물려 내 몸이 붓고 열에 들떠 끙끙 앓고 있으니

아무튼, 당신이 내게 등이 푸른 지독한 전갈을 보냈으니
그 봉투를 그득 채울 답을 가져오라 했음을 알겠다
긴 여름을 다 허비해서라도
사루비아 씨앗을 담아오라 했음을 알겠다

─류인서, 「전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