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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5469537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3-10-05
책 소개
목차
# 01 교복
친구를 마주치기 좋은 언덕
# 02 자신감
# 03 아무렴 어때
너의 목소리는
# 04 네 생각
# 05 코피
귀찮은 친구
# 06 더 중요한 것
# 07 오르락내리락
# 08 치사한 너
·오동도는 누구였나
# 09 그래도 난
# 10 낯선 기분
# 11 마음의 속도
# 12 그만
오버하네
# 13 그게 왜 궁금해?
# 14 유명하다는 애
# 15 다 똑같아
# 16 남학생 5, 6
# 17 멍청이
나만의 룰
# 18 소년은 웃지 않는다
# 19 웃음의 의미
# 20 생각나는 사람
제일 먼 곳에 있는 아이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리 건너편 너머에는 기다란 언덕길이 있었고 그 언덕길 끝자락 어딘가에는 그애의 집이 있었다. 나는 다시 다리 건너편을 향해 걸었다. 다리 중간쯤에 다다르자 바람이 다시 내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바람은 다른 소리를 지워내며 불고 있었다.
바람소리에 다른 소리들이 떠밀려가는 와중에, 상상 속에서 그애에게 건넨 말들은 내 주변에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말없는 소년과 말없는 소녀의 대화라.
나는 다만 그애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행여나 바람에 실려올까, 나는 좀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_ 「너의 목소리는」
언젠가 쉬는 시간에 코피를 쏟았을 때, 나와 친하던 남자애들은 어김없이 “또 코 팠냐?”라고 물었고, 나와 친하지 않던 부반장 여자애는 휴지를 갖다주었다. 나는 그 휴지를 돌돌 말아 콧구멍에 끼우며 다음 반장 선거에서는 그 여자애를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나는 그날 코피가 멎고 나서도 콧구멍에 끼운 휴지를 그대로 두었다. 그건 부반장 여자애의 호의에 대한 나의 호의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호의에 나는 혼자서 흐뭇해했다. 한편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나와 친하지도 않으면서 부반장 여자애는 어째서 휴지를 갖다줬을까? 부반장으로서의 책임감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혹시… 나는 코에 끼운 휴지를 만지작거렸다. 역시나 코에 휴지를 끼우면, 없던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것도 같았다.
나는 때때로 아무 이유 없이 코에 휴지를 끼우고 다녔다. 코피가 났든 안 났든, 코에 휴지를 끼운 나는 늘 허리를 펴고 턱을 당긴 채 걸었다. _ 「귀찮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