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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98153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4-02-23
책 소개
목차
오래오래 행복하게 11
요크의 리처드는 헛된 싸움을 했다 33
소년들은 목성으로 간다 69
앨커트래즈 107
왜 여자들은 원하는 걸 그냥 말하지 않을까 145
무엇이든 사라질 수 있다 167
역사정정사무소 201
감사의 말 321
옮긴이의 말: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것 325
책속에서
의사들이 아무에게나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 늘 있었고, 리사는 그런 말을 듣고 싶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진짜 사람처럼 보여야 했다. 마땅히 살 자격이 있는 어머니를 둔 사람,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했다. 그들이 리사에게 주지 않을 어떤 정보, 흑인 여성에게 굳이 써보지 않는 어떤 약을 얻어내려면 먼저 요구를 해야 했고, 의사가 거부한다면 서류상에 기록이 남도록 직접적으로, 그러면서도 멍청하거나 공격적이거나 냉랭해 보이지 않게 요구해야 했다. 리사는 계속 좌절을 겪으면서도 차분하고 공손해야만 했는데, 다행히 그건 판매업을 통해 단련된 태도였다. 백인 여자에게 말해주는 걸 내게도 말해주세요, 하고 말하는 얼굴. 돈 좀 있는 백인 여자 말이에요, 하고 말하는 옷. 제발, 하고 말하는 어투.
「오래오래 행복하게」
때로는 무언가를 원하기만 해도 그것이 특별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하는 마음이 기쁨처럼 느껴졌지만, 스스로 부여했기에 생겨난 그 기쁨을 리사는 온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얻는 그런 값싼 비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성인이 된 뒤로 늘 사람들은 리나에게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가느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리나는 안전한 곳은 어디냐고 되묻고 싶었다. 위험은 화학약품과 공항과 난민촌과 분쟁 지역과 섹스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에 있다. 그리고 때로 위험은 쓰레기를 집밖으로 치워주기도 했다. 위험은 함께 영화를 보러 집에 찾아오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팝콘 제조기를 사주기도 했다. 위험은 리나 어머니를 껴안았고 아버지와 악수를 했다.
「요크의 리처드는 헛된 싸움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