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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8993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검은 일기 _007
남쪽에서 _041
영향 _077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_117
시차와 시대착오 _161
경로 이탈 _215
당신의 밝은 미래—현대미술 작가로 살아남기 _263
JHY를 위한 짧은 기록 _303
해설|김보경(문학평론가)
낭만과 환멸이 지나간 후에 _341
작가의 말 _36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짧은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몸속에 흩어진 조각들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여자가 있었다. 내가 모르게. 무언가를 쓰고, 사라진 여자들이 있다. _「남쪽에서」
제이미의 말에 의하면, 퍼시벌 로웰이 ‘발견’한 화성 운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졌으며 아마도 그가 본 것은 기계적인 결함으로 인해 망원경 렌즈 안으로 스며들어온 빛의 산란일 뿐이었으리라 추정되었다. 퍼시벌 로웰에게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떠다니던 작디작은 티끌들이 바로 그 운하의 정체였을 것이다. 애리조나의 관측소 안에서 난희는 입을 벌리고 걸으며 퍼시벌 로웰이 봤을지도 모를 화성의 운하를 들이마셨다. _「영향」
“나는 아마 내 멋대로 살다가 죽겠지.”
포기하는 기분으로 아무 말이나 중얼거렸는데, 이상하게 힘이 났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희는 괜히 팔을 뻗어올렸다. (…) 씩씩한 기분으로 일정치 않게, 기분 내키는 대로 팔을 놀렸다. 제멋대로 움직이던 손이 책상에 쌓여 있던 육 밀리 테이프들을 건드렸고, 그것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흩어졌다. 난희는 돌아보았다. 천천히 한 걸음 다가가서 그 옆에 있는 다른 테이프 더미들도 밀어 넘어뜨렸다. 한동안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며 테이프 외에도 깨지지 않을 만한 것들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내동댕이쳤다. 동시에 그것들을 정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상상했다. 어느 때보다도 침착하고 평온했다. 이 지겨운 것들 중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_「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