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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9280
· 쪽수 : 340쪽
책 소개
목차
1733.03% _007
Infinite Summer _077
블랙 서커스 _143
흰 도마뱀의 숲 _213
火 _27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조영민 팀장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이로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발리섬 남동쪽 누사두아 해변의 해질녘 하늘의 빛깔이었다. 네온 핑크와 오렌지, 레몬옐로와 일렉트릭 퍼플 빛으로 물든, 금빛 진주 가루가 흩뿌려진 듯 나른하게 빛나는 구름들이 휘핑크림처럼 뭉게뭉게 늘어선 완벽한 꿈의 하늘을 그녀는 정녕 목격했던가.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사장에 두 발을 파묻은 채 그녀가 바라본 것이 과연 진짜 석양이었을까. 꿈같던 무지갯빛 양떼 아니 구름떼는 실재했던 걸까. 아니면 독한 칵테일에 취한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이었을까. 터질 듯 부풀어오른 해가 오렌지빛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짙푸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이, 거대한 거미줄 같은 그림자가 겹겹이 내려앉는 초현실적인 해변의 이미지가, 감미로운 독약 같은 쪽빛 파도가 믿을 수 없게도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 더욱 걸쭉해져가는 핏빛 노을 아래 영원한 듯 펼쳐진 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파도 소리, 반복되는 물결의 소음은 진정 환각적이었다……
직장인들이 하루 중 아주 잠깐 동안 수용소에서 풀려나는 점심시간, 그들이 어떤 미치광이 소리를 내며 울부짖든지 그것은 이해를 해줘야만 한다고 이로아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게 다 돈 때문이니까. 우리, 돈에 목줄 걸린 노예들…… 이 끔찍한 디지털 목화밭을 탈출하는 데 필요한 돈의 액수는 과연 얼마일까?
그녀는 끝난 건지도 몰랐다. 적어도 FWIS에 그녀의 자리는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FWIS를 제외한 그녀의 삶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이론상 그녀에게는 별다른 삶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억울함을 느꼈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렇게나 납작하게 눌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이고 난 뒤에도 남은 감정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